2018-01-16 18:29:13

나와 아내가 살고 있는 천진에 얼마전에 대가족이 방문했다. 할아버지, 할머니,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큰고모, 아빠, 엄마, 이렇게 총 7분이 방문했다. 외할머니는 원래는 병원에 입원하셔야해서 못오실 상황이었지만, 그래도 힘을 내어서 와주셨다. 너무나 감사..ㅜ (여기 다녀가신 후 감사하게도 컨디션이 많이 좋아지셨다고 한다!)


우리 집은 친척들간에 관계가 매우 좋은 편이다. 지금도 명절이 되면 친가, 외가 할 것없이 스무명씩은 모여서 함께 시간을 보낸다. 모이면 공간이 좁기 때문에 잘 때가 되면 군대 내무반식으로 따박따박 누워서 잔다. 아이들도 한 집당 두세명씩 있다보니 다 모이면 아주 북적북적하니 사람 사는 것 같고 참 좋다. 


아직까지 팔십대 중반이신 할아버지, 할머니와 칠십대 후반이신 외할아버지, 외할머니가 모두 건강하게 살아계신 것도 정말 큰 은혜다. 우리를 위해서 매일같이 주님께 기도해주시는 할아버지, 할머니,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아빠, 엄마를 비롯한 친척분들이 계시기에 주님께서 늘 항상 어떤 어려움도 이길 수 있는 힘을 주시는 것 같다. 내가 어르신들을 통해 이렇게 많은 기도의 은혜를 받은 것처럼 나도 미래의 나의 아이들, 손주들을 위해 기도의 씨를 많이 뿌려야한다는 거룩한 부담감이 항상 있다. 


손주와 손주며느리가 천진에서 신혼 살림을 차리니 궁금하셨던지 총 출동하셨다. 금, 토, 일, 월 이렇게 3박 4일의 시간을 내서 오셨다. 항상 빨리 한번 천진에 오시라고는 했지만 이렇게 단체로 오실줄은 생각도 못했다. ㅋㅋ 어디를 어떻게 모시고 다니나 한참 고민했지만 답이 잘 나지는 않았다. 여기에 오시는 목적이 우리를 보러오시는 것이기에 어딜 구지 안 가도 되겠다 싶으면서도 여기까지 왔는데 제대로 구경도 안하면 또 아쉬우실까봐 이리저리 머리를 굴려보았다. 택시를 타고 다니자니 우리까지 총 9명이라 머릿수가 안맞아서 결국 봉고차를 하나 대절해서 하루 쭉 돌아다니기로 했다. 



 첫째날: 환잉환잉~ 


인천공항에서 천진항공 비행기를 타시고 천진으로 바로 들어오셨다. 갑자기 한시간 연착되어 비행기 안에서 한시간 정도 시간을 보내셨다고 한다. 많이 피곤하셨을 것 같다. ㅜ 연착되는 바람에 점심 시간이 조금 넘어서 도착하셨다. 


모시고 바로 집으로 가서 다같이 아내가 만들어 놓은 삼계탕을 점심으로 먹었다. 먹고 나니 시간이 벌써 4시가 되었다. 이제 설거지를 하려고 하는데, 갑자기 물이 나오지 않았다. 이게 무슨일이지? 당황해서 옆 동에 사시는 분께 전화해보니 거기는 물이 나온다고 하셨다. 계량기를 확인해보니 물을 다 쓴 것이었다. 부랴부랴 부동산에 가서 물을 충전해달라고 했는데, 내일 낮 12시나 되어야 물이 나온다는 청천벽력의 소식을 들었다. 헐.. 볼일 보고 물내릴 물과 세수할 정도의 물이 필요했기 때문에 급한 대로 생수통 2개를 샀다. 그래도 산전수전 다 겪으신 어르신들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다들 별로 게의치 않고 얼마 없는 물 아껴가면서 아무런 불평없이 잘 계셔 주셨다. 큰 교훈을 깨달았다. 전기와 물이 충전식인 천진에서는 손님이 오시기 전에 전기와 물을 미리미리 잘 충전해놓는 걸로..! 


원래는 7시에 식당을 예약해놨는데 다들 배 부르시다고 해서 저녁은 패스하고 과일, 군밤 등의 간식으로 요기를 대신하기로 했다. 간식을 먹은 후 우리는 윷놀이 판을 벌렸다. 할머니는 윷놀이의 진정한 고수이시다. 말을 10개, 20개 놓고하셔도 금방 끝내신다. 재밌게 논 후에 9시경에 다같이 잠자리에 들었다. ㅎㅎ 



 둘째날: 천진 투어 day


둘째날 아침이 밝았다. 아침 식사는 중국사람들의 아침 문화를 보여드리고 싶었기에 빠오즈와 훈둔을 파는 곳을 모시고 갔다. 여전히 물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다같이 씻지 않은 상태로 출발~! 


우리가 살고 있는 양광100 12동 앞에서 한 장!


날씨는 화창해 좋았지만 바람이 꽤 매서웠다. 추위가 우리의 발걸음을 재촉했다. 엄마는 거의 뛰다시피 걸어 가셨다. 


빠오즈 먹으러 가는 길. 패셔니스타이신 외할아버지. ㅎㅎ


'이렇게 추운데 오늘 하루 어떻게 돌아다니지?' 살짝 걱정하는 중에 양광 단지 내에 있는 항저우 빠오즈집에 도착했다. 생긴지 얼마 안되어서 깨끗하고 맛도 괜찮다. 


빠오즈와 훈둔~!


추운 날씨에는 역시 따뜻한 훈둔~! 국물에 새우젓과 김이 들어가서 감칠맛이 있다. 많이 시킨 듯했지만 역시 절대 어르신들은 남기지 않는다. ㅋㅋ 손주가 시킨 것이 아까워서라도 결코! 


클리어!


맛있게 먹었지만 여전히 집에 물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 에러.. ㅜㅜ 그래서 일단 카페를 가기로 했다. 커피를 마시는 것이 목적이라기 보다는 화장실 이용이 주목적이라고나 할까나. ㅋㅋ 얼마 전에 새로 생긴 양광100 단지 안에 있는 링카페에 들어가서 차를 주문한 후 한 명씩 화장실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한분 나오시면 또 한분 들어가시고, 릴레이로.. 아마 어젯밤에 물이 아까워서 다들 참으셨었나보다. ㅋㅋ 따뜻한 물도 나오길래 나는 간단히 세수까지 하고 나왔다. 민폐..ㅋㅋ 


링카페 온돌바닥에 앉아서 담소 중. ㅎㅎ


오전에 갔더니 모든 음료가 반값이었다. 오예! 따뜻한 온돌바닥에 앉아서 한참을 이야기하며 시간을 보냈다. 2시부터 천진 시내 이곳저곳을 구경하기 위해 봉고차를 하나 예약해놨기 때문에 좀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 거의 11시까지 카페에 있다가 집에 가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12시쯤 되니 드디어 이 나오기 시작했다! 할렐루야! 물이 이렇게 소중했다니.ㅜㅜ 항상 옆에 있어서 소중함을 몰랐던 것들은 없어졌을 때 비로소 소중함을 느낀다. 한분 한분 나가기 위해 씻으신 후, 집에서 간단히 점심을 해먹었다.


(나중에 안거지만 물을 다썼어도 물카드를 계량기에 삽입하면 2톤인가의 물을 임시로 쓸 수 있었는데, 그걸 몰라서 이 고생을 했었다.....하하. 하지만 이런 것도 다 추억이니 감사.ㅋㅋ)


이제 드디어 천진 투어 시작~! 첫 구경 장소는 천진대학교로 정했다. 내가 다니고 있는 곳이라 아무래도 함께 가보면 의미가 있지 않을까? 봉고차를 타고 천진대학교에 도착한 우리는 학교 중간에 있는 광장에 가서 사진을 여러 장 찍었다.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 ㅎㅎ


천진대학교의 전신인 북양대학당이라고 써있는 기념 건축물 앞에서 단체 사진. ㅎㅎ


엄마의 독사진 한 컷!


다시 한번 단체사진 ㅎㅎ 이번에는 손하트로. ㅎㅎ


정자에서 비스듬히 서서 한 장 ㅎㅎ


내 연구실이 있는 26강의동을 배경으로 한 장!


제3식당 입구에서 아내와 엄마. ㅎㅎ


한창 걸었더니 춥기도 하고 힘들어서 잠시 학교식당에 들어갔다. 들어간 곳은 남개대와 이어지는 입구 바로 앞에 있는 제3학생식당이었다. 바로 맞은편편에는 제4학생식당이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이곳이 좀 더 맛이 괜찮은 것 같다. 최근에 리모델링을 해서 많이 깔끔해졌다. 우리가 방문한 시간은 식사시간이 아니라서 조용하고 어두컴컴했다. 여기저기서 청소하는 분들도 많이 계셨다. 우리는 따뜻한 나이차를 몇 잔 시켜서 나눠마셨다. 


나이차를 마시면서 ㅎㅎ


몸을 녹인 후에 우리는 다시 봉고차를 타고 다음 목적지로 향했다. 오대도가 어떤 곳인지 설명하다 보니 금방 도착했다. 학교에서 3, 4 km 정도 떨어져 있는 장소이므로 꽤 가깝다.  


봉고차를 타고 다음 목적지로 고고~


우리가 도착한 곳은 바로 오대도! 이곳은 조계시절 지어진 수많은 유럽식 건물들이 들어서 있는 곳이다. 그중에서도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곳은 민원광장이다. 이곳은 내가 존경하는 불의 전차 '에릭 리들'과도 연관이 있는 곳이다. 원형 경기장 안에 초록초록한 색감 덕분에 생기가 느껴진다. 항상 운동하는 사람들과 나들이 나온 사람들로 붐빈다. 날이 따뜻할 때는 맥주 하나 사서 마시면서 앉아있는 무리도 쉽게 볼 수 있다. 


민원광장 안에서 아빠, 엄마의 다정한 모습. ㅎㅎ


할머니와 엄마. ㅎㅎ


할아버지 할머니 멋지게 선그라스 쓰시고 ㅎㅎ


이번에는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께 씌워 드리고!


아내와 큰고모도 한 컷!


날씨 좋다!


민원광장을 나와서 입구에서 꽃과 함께 ㅎㅎ


엄마는 엄마 이름 '금한'에 쓰이는 '비단 금' 한자를 발견하고 반가워서 이곳을 배경으로 ㅎㅎ


날씨가 따뜻하면 오대도에서 마차를 타고 쭉 둘러보며 구경을 해도 좋았겠지만 추운 관계로 패스! 이제 다음 코스로 이동했다. 그곳은 바로 고문화거리! 600년의 역사를 지닌 곳으로 상업과 무역의 중심지였던 곳이다. 


입구에서는 한장 찍어줘야지~


개인적으로 맘에 드는 사진ㅎㅎ


아빠, 할아버지, 할머니, 큰고모, 엄마


너무 추워서 물건을 살 건 아니라도 많은 상점에 들렸다. ㅋㅋ 고문화거리에서 파는 것 중에서는 문방사우가 유명하다고 한다. 


문방사우 파는 상점에서


아무리 봐도 컨셉같은 엄마 표정 ㅋㅋ


어느덧 날이 어둑어둑해졌다. 저녁을 먹기 위해 천진역 근처에 있는 청년식당에 갔다. 중국 음식 체험 시간! 최대한 느끼하지 않을 것 같은 음식을 시켰지만 어르신들 입맛에는 아무래도 많이 느끼하셨던 것 같다. ㅜㅎㅎ 김치를 싸올 것 그랬다.ㅋㅋ 


저녁을 먹고 오늘의 마지막 코스 천진역 야경을 보러 나왔다. 강과 은은한 불빛의 건물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져서 야경을 구경하기에 좋은 장소이다. 


세기종 앞에서 엄마 독사진~!


은은한 불빛이 강물에 반사되어 아름다운 장면을 연출하는 천진역 주변!


할아버지 인생샷 ㅎㅎ


엄마와 외할머니 ㅎㅎ



큰고모 독사진! ㅎㅎ


이번에는 다른 방향에서 단체 사진을 ㅎㅎ


점점 어두워지면서 우리의 둘째날 여행도 그렇게 마무리되었다. 다들 피곤하셨는지 집에 돌아오자마자 잠자리에 드셨다. ㅎㅎ 무사히 즐겁게 구경 잘하고 돌아온 것에 감사한 하루였다. 



 셋째날


셋째날은 주일이었다. 감사히도 우리 가족은 모두 예수님을 믿는다. 그래서 아침을 먹고 교회 셔틀을 타고 천진한인교회에 갔다. 천진한인교회는 세기호텔 3층에 있다. 중국에서 처음으로 생긴 한인교회다. 자부심..!ㅋㅋ 대가족의 등장에 목사님을 비롯한 많은 교회분들이 꽤 놀라신 것 같았다. ㅋㅋ 


우리가 다니고 있는 천진한인교회 ㅎㅎ



예배를 잘드리고, 교회에서 밥도 먹고, 교회 옆에 있는 세기안마에 모시고 가서 마사지를 받게 해드렸다. 항상 우리를 잘 챙겨주시는 홍집사님께서 7분의 마사지 비용을 대접을 해주셨다. 감사해요! ㅜ 우리는 가끔 받기도 하고 더군다나 아내는 지금 임신 중이라 안 받고, 안마 받으시는 모습을 구경했다. ㅎㅎ 다들 마사지 받는 것을 좋아하셔서 뿌듯!  


가장 만족스러워 하셨던 할머니 ㅎㅎ


싱글벙글 외할머니ㅎㅎ


뭉쳤던 팔근육이 풀렸다고 좋아하셨던 아빠.ㅎㅎ


안마 받으면서 푹 쉬신 후에 잠시 중국의 대형마트는 어떻게 생겼는지 구경을 시켜드렸다. 생각보다 물가가 비싸서 놀라셨다. 품질은 아무래도 아직 한국제품이 좋은 것 같다는 평가를 하시면서..ㅎㅎ 옥수수 들어간 소세지를 하나씩 나눠먹은 후에 시대오성쪽으로 저녁을 먹으러 갔다. 교회 목사님께서 저녁을 대접해주셨다. ㅜㅜ 감사해요! ㅜ 먹고 싶은 해산물을 골라오면 뜨거운 증기로 익혀먹는 식당에 갔다. 이름은 싼거위푸. 세명의 어부라는 뜻이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감사히 맛있게 먹고 집으로 돌아왔다. 먹는데 정신이 팔려서 사진을 못찍었다. ㅜㅜ  


밥 먹고 식당 입구에서 한장.ㅎㅎ



 넷째날


오전 8시30분 비행기로 천진에서 인천으로 가시기로 되어 있어서 5시에 다같이 기상하여 아침을 차려먹고 5시 50분에 공항으로 출발했다. 어느덧 헤어질 시간이 되었다.ㅜㅜ 집이 복작복작하니 참 좋았는데, 벌써 한국에 가실 시간이 되었다니..ㅜ 공항에 모셔다 드리고 집에 돌아오니 너무나 마음이 허전했다... ㅜ 



 느낀 점


짧은 3박 4일의 시간이었지만, 정말 가족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었다. 어르신들을 통해 아빠, 엄마의 어린 시절 이야기, 또 나의 어린 시절 이야기, 가정에 있었던 아픔들, 기쁨들을 들으면서 참 마음이 행복했다. '우리 가정에 이러저러한 역사가 있었구나. 내가 지금껏 정말 많은 사랑을 받으면서 자라왔구나.' 효도해야겠다는 마음이 불끈불끈 드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가족과 시간을 보내기 위해 더 많이 애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외에 있다보니 자주 못찾아뵈서 참 죄송스럽다..ㅠ 


또한 가족을 위해서 헌신하며 사는 것이 얼마나 위대하고 소중한 일임을 깨달았다. 어르신들의 헌신과 수고가 없었다면 지금의 나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내 욕심과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내려놓고 가정을 위해 헌신하는 것이 참된 가장의 모습인 것 같다. 윗 세대에서 보여주신 것처럼 나도 좋은 부모가 되고 싶다. 나는 우리 자녀들에게 더 좋은 부모가 되어줄 수 있을까? 사실 정말 자신이 없다. 그러나 연약한 초보 아빠 엄마인 나와 희를 우리의 부모되시는 하나님께서 친히 도와주실 것을 믿는다. 



* 천진에서 가볼만한 여행지에 대한 설명은 여기를 참고하자. => http://bskyvision.com/1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