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의와 자유>, 종교개혁이 말하는 자유의 의미

2019년 9월 5일에 작성한 독후감입니다.

 



2017년은 종교개혁 500주년이 되는 해였다. 종교개혁은 천주교에서 개신교가 분리되어 나오는(다르게 말하면 탄생한) 종교적인 사건이었지만, 동시에 정치, 사회, 문화, 교육 여러 방면에 큰 영향을 끼친 사건이다. 이 책의 필자는 종교개혁이 세상에 미친 영향을 이렇게 말한다. 

 

"종교개혁은 배움을 자극하는 작용을 하였고, 종교와 양심의 자유에 대한 현대의 기본법적 교육에 기여하였다. 그리고 교회와 국가의 관계를 변화시켰으며, 새 시대적인 자유 개념과 현대적인 민주주의 이해를 형성하는 것에도 그 역할을 하였다." (15page) 

 

나는 개인적으로 종교개혁이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과 죽음 다음으로 인류 역사에 큰 영향을 끼친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과 죽음과 부활을 통해 탄생한 초대교회는 오랜 기간의 핍박 속에서도 진리를 수호하며 성경의 가르침대로 살아가길 힘썼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아마도 기독교가 로마의 국교가 된 다음부터 조금씩 타락하기 시작했다. 성경에 대한 접근은 오직 교황 및 사제들에게만 허용되었고, 일반 신자들은 그들을 통해서만 성경 말씀을 접할 수 있었다. 로마교회는 점차 성경을 자신들의 이익에 맞게 해석했고, 성경보다는 자신들이 만들어낸 전통을 더욱 더 중시했다.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으로 죄를 용서받고 구원받는다는 것에 대한 이해는 희미해졌고, 행위와 노력으로 구원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이 강해졌다. 심지어 돈을 내면 죄를 용서받을 수 있다는 면죄부를 파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이것이 종교개혁이 발생하기까지의 역사적 정황에 대한 나의 이해이다. 

이런 상황에서 루터, 칼빈을 비롯한 많은 종교개혁자들은 사람은 행위, 노력, 고행을 통해서 구원을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오직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으로 구원받는다는 사실을 외쳤다. 그 믿음 또한 우리의 노력의 산물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주시는 선물이라는 것을 주장했다. 그들의 주장은 전적으로 성경을 기반으로 한 것들이다. 그들은 예수 그리스도가 우리를 대신하여 죄의 댓가를 치렀다는 그 사실을 받아들일 때만, 비로소 죄와 죄책의 속박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음을 선포했다. 우리는 하나님 앞에 고개도 들 수 없는 명명백백한 죄인이지만, 하나님이 알 수 없는 은혜로 우리를 의롭다고 칭해주신 것이다. 바로 이것이 "칭의"이다. 종교개혁자들의 가르침은 칼빈의 <기독교강요>에 잘 담겨 있다. 

우리의 양심을 짓누르는 죄는 참으로 무겁다. 양심이 이미 파탄된 자가 아닌 이상 죄를 지으면 마음이 괴롭고 힘들다. 돌덩이로 가득찬 백팩을 메고 여행을 떠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 백팩은 내려놓고 싶어도 우리 자신의 의지로는 내려놓을 수가 없다. 몸에 찰싹 붙어있다. 그런데 예수님이 우리 죄를 대신해서 십자가에서 처형받았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자에게는 이 백팩이 등에서 자연스럽게 떨어져나온다. 무거운 짐으로부터 자유로워진 것이다. 존 번연의 <천로역정>을 읽은 분들은 장면이 상상될 것이다. 

예수그리스도를 믿음으로 칭의를 받은 자들은 더 이상 죄책에 얽매이지 않는다. 또한 하나님과 사람에게 인정받기 위한 어떠한 노력도 무의미한 것임을 알기 때문에, 단순히 인정받기 위한 삶을 사는 것에 매이지 않는다. 인정받는 것에 과도하게 에너지를 허비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우리는 하나님과 가족과 이웃을 자유롭게 섬기는 삶을 살 수 있게 된다. 우리는 종에서 자유인이 된 것이다. 우리는 원래 죄를 지을 수 밖에 없는 종이었는데, 선을 행할 수 있는 자유인이 된 것이다. 다음 성경 구절이 이 진리를 잘 말해준다. 

 

"형제들아 너희가 자유를 위하여 부르심을 입었으나 그러나 그 자유로 육체의 기회를 삼지 말고 오직 사랑으로 서로 종 노릇하라" (갈라디아서 5:13)

이는 혹자가 생각하는 것과는 결이 다른 자유다. 우리는 무엇이든지 속박없이 마음대로 하는 것이 자유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성경과 종교개혁에서 말하는 자유는 죄를 마음대로 짓는 자유가 아니라 하나님과 이웃을 사랑하고 섬기는 자유인 것이다. 동시에 우리는 자유롭게 한 행동에 대해 책임을 져야한다. 이러한 사상적 기반 하에 법치와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시작된 것이다. 

이 책은 종교개혁 500주년을 어떻게 기념하는 것이 좋을까 하는 고민 중에 독일 개신교협의회가 기록한 것이다. 저자들은 개신교도들 뿐 아니라 다른 종교를 가진 자들과 신앙이 없는 자들도 함께 기념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다보니 내용 중 일부는 교회 일치 운동(WCC)를 지지하는 부분도 있다. 개신교가 로마카톨릭, 동방정교회, 유대교, 이슬람교 등과 함께 공통점을 찾고 협력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동감하는 내용도 있지만, 나는 교회 일치 운동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하나하나 타협을 하다보면, 오히려 개신교의 생명, 정체성을 잃을 수 있다는 염려 때문이다. 서로 존중은 하되 진리를 희생시켜가면서까지 연합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좋아하는 성경 구절을 하나 적으며 글을 마친다. 

 

"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요한복음 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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