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0-06 21:24:48

2015년 8월 4일에 쓴 독후감이다.



최근에 한 친구가 죄에 대한 나의 고뇌를 듣고 이 책을 빌려주었다. 거의 10년 전에 <게으름>이란 책을 통해 김남준 목사님을 처음 알게 되었다. 요즘들어 거룩한 삶, 성화에 관련된 책을 많이 읽게 되는 것 같다. 그만큼 나에게 주님이 거룩함을 기대하시는 것 같다. 모태신앙이었지만 대학와서 예수님을 본격적으로(?) 믿게 된 나는 지난 10년간 얼마나 죄와 싸워 왔던가?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된다. 먼저 주님의 은혜로 많은 영역에서 변화된 것으로 인해 감사드린다. 변하기 싫어서 피해 다니던 순간에도 주님은 나를 오래오래 참아주셨다. 하지만 여전히 나는 특정한 죄들을 반복적으로 짓곤 한다. 죄와 싸우면서 알게 된 사실은 죄와 싸울때 느끼는 피로가 하나님과 멀어진 괴로움보다는 훨씬 견딜만하다는 것이다. 예전엔 지금보다도 더 어리석어서 잘 몰랐다. 죄를 지어도 아무렇지 않을 것으로만 생각했다. 하지만 죄를 지으면 지을수록 죄가 주는 쾌락은 감소하고 허탈감만 커졌다. 그리고 주님 앞에 죄송스러운 마음과 나에 대한 실망감으로 낙심되어져 갔다. 요며칠도 그런 마음으로 가득찼었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 나의 문제의 핵심을 깨닫게 되었다. 바로 마음을 잘 지키지 못한 것이었다. 

"무릇 지킬만한 것보다 더욱 네 마음을 지키라 생명의 근원이 이에서 남이니라" (잠 4:23)

내 눈과 귀를 통해 들어온 생각들을 면밀히 잘 처리하지 못했고, 그로 인해 하나님이 기뻐하시지 않는 죄가 내 마음에 착상하도록 내버려둘 때가 많았던 것이다. 이 마음을 지키는 것없이 아무리 열심히 다른 외부적인 요인들을 바꾸려고 노력해봤자 소용없는 일이다. 물론 마음을 지키기 위해 외부적인 환경들을 잘 세팅하는 것은 필요한 것이지만. 책의 비유처럼, 사람들을 실어나르는 큰 여객선이나 무역을 위해 사용되는 화물선들의 경우에 그들이 항해하고 있는 방향을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오직 상대적으로 굉장히 작은 '키(key)'이다. 방향을 틀기 위해서는 오로지 키를 잘 조종해야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 수많은 사람들이 배의 머리부분에 밧줄을 매고 무진장 애를 써봐도 무용지물인 것이다. 이처럼 우리 인간의 키는 바로 마음이다. 아무리 좋은 선생님과 교재와 책상이 있다고 할지라도 공부할 마음이 없다면 방도가 없지 않는가? 또 수없이 경험한 것처럼, 마음이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으면 어떠한 상황에서도 죄를 지을 수 있다는 것을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너무도 영리하게(?) 죄를 짓는 나의 모습이 놀라울 뿐이다.

지금 이 순간부터 내 마음에 주님을 슬프게 하는 생각이 착상하지 않도록 더욱 더 경계를 삼엄히 해야겠다. 주님은 짐승과 같이 살던 나를 거룩하게 하시려고 그 사랑하는 아들을 대신 죽게 하셨는데, 지금까지 나의 삶의 모습은 부끄러울 뿐이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내가 그분을 닮아가는 것을 기뻐하시고 도우시고 있기 때문에 결국은 죄와의 싸움에서 승리할 것이다. 절대 포기하지 말자. 내게 주신 은혜의 방편들(말씀, 기도, 예배)을 더 잘 활용하고, 좋은 공동체에서 귀한 지체들과 시간 보내는 것을 아까워하지 말자. 

비슷한 책을 한권 추천하자면 J.C.라일의 <거룩>을 단연 손에 꼽을 수 있다. 읽어본 책만을 추천할 수 있기에... 680페이지의 방대한 분량이 선뜻 손에 가지 않게 만들지만 조금씩 천천히 읽어나간다는 생각으로 본다면 많은 유익이 있을 것이다. 청교도 신앙의 정수를 맛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