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0-21 21:03:18

자그레브는 수도답지 않게 매우 작았다. 중요한 여행 스팟들은 다 걸어서 20분 이내에 인접해있었다. 아기자기하고 한적한 골목들이 매력적이었고, 그 골목을 따라가다보면 멋진 광경들이 눈 앞에 펼쳐지곤 했다. 그 중 우리의 마음을 가장 사로잡은 곳은 바로 성 마르코 성당이었다. 성 마르코 성당은 13세기에 지어진 굉장히 작은 성당이었는데, 독특한 타일형식의 지붕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지붕의 왼쪽에는 크로아티아의 문장이, 오른쪽에는 자그레브 시의 문장이 모자이크로 장식되어 있었다.  


사진1. 우리 맘에 쏙 들었던 마르코 성당.


사람들은 성당이 잘 보이는 곳에 한시간이고 두시간이고 앉아 있었다. 우리는 열심히 사진을 건지기 위해 찍었고, 눈에도 열심히 담았다. 잠시나마 여유를 가져보고자 우리도 앉아서 마르코 성당을 바라보았다. 


크로아티아의 햇살은 생각 이상으로 따가웠다. 더운 날은 40도를 육박했다. 현지인들도 날씨가 미쳤다고 말했다. 더위를 피하기 위해 골목을 따라 올라가던 중에 나타난 언덕 위의 한 카페에 자리를 잡았다. 레몬 에이드를 두 잔 시켰는데, 그야말로 레몬 즙에 물을 탄 것이었다. 한국의 레몬 에이드를 생각하고 한 모금 들이킨 우리는 깜짝 놀랐다. 엄청난 시큼함이 온몸에 퍼져갔다. 차가웠기에 그나마 다 마실 수 있었다. 


땀에 쩔은 상태로 카페에서 레몬 에이드 아닌 레몬 물 한잔.


휴식을 마치고, 노란책이 소개해준 자그레브 최고 맛집 트릴로기아로 향했다. 돌의 문 앞에 위치한 작은 식당이었는데, 들어갔을 때 느낌은 동굴에 들어간 듯 약간 어둡고 쿰쿰했다. 그래서 첫느낌은 그다지 유쾌하진 않았지만 다시 나가기도 뭐하고 해서 메뉴를 정독하기 시작했다. 전채 요리로 구운 치즈와 메인 요리로 소 엉덩이살 스테이크를 주문했다. 큰 기대없던 우리는 세가지에 놀랐다. 플레이팅과 양, 그리고 맛. 이날 나는 인생에서 가장 고급스러운 식탁을 마주했다. 트릴로기아는 단언코 우리가 크로아티아에서 갔던 식당 중에 베스트라고 할 수 있다. 크로아티아에는 맛집이 정말로 드물기 때문이다. 한 요리를 시키면 두 접시씩 나눠서 주는데 사진에 있는 것들이 그 중 한 접시씩이다. 그만큼 양이 훌륭하다. 둘이 총 5만원이 안 들었으니 크로아티아의 다른 도시에 비하면 상당히 저렴한 것이다.  


트릴로기아 구운 치즈    트릴로기아 소 엉덩이살 스테이크


식사를 만족스럽게 마치고 소화시킬 겸 아까 카페라떼를 먹으면서 멀찍이서 바라보았던 자그레브 대성당을 구경하러 갔다. 두 개의 첨탑을 가지고 있는 자그레브 대성당은 1093년에 헝가리 왕인 라디슬라스가 건설을 시작하여 1102년에 완공했다. 탑의 높이가 각각 105m, 104m으로 상당히 큰 성당이었다. 성 마르코 성당은 이에 비하면 크기면에서는 앙증맞았다. 첨탑 중 하나는 공사중이었다. 안에 들어가서 구경했는데, 특히 햇빛이 투과되고 있는 스테인 글라스가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바로크 양식의 제단, 신고딕 양식의 제단 등이 있다고 하는데 내 부족한 상식이 아쉬울 따름이었다.  


자그레브 대성당의 웅장한 모습. 광각렌즈를 갖고 있는 고프로로 찍어서 작아보이지만 실제로는 크다.


자그레브 대성당 안에서 본 스테인 글라스의 모습.


즐겁게 자그레브 나들이를 마치고, 우리는 호텔로 돌아갔다. 사람들은 자그레브가 볼 게 없다고 하지만, 우리 기억에는 매력적인 도시로 남았다. 



5부 >> 한적한 물의 마을에서 뜻밖의 기념품을 득템하다 



<참고자료>

[1]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956599&cid=43917&categoryId=43918, 네이버 지식백과에서 "성 마르코 성당" 검색.

[2]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1280208&cid=40942&categoryId=31593, 네이버 지식백과에서 "자그레브 대성당"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