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0-19 19:04:39

대비감도함수(CSF: contrast sensitivity function) 특정한 공간 주파수를 지니고 있는 시각적 자극이 주어졌을 때, 그러한 자극이 어느 정도의 대비를 갖고 있을 때 사람의 눈에 인식될 수 있는지를 기술하는 함수이다. 간단히 말해서 어떤 공간 주파수에서 어느 정도의 대비를 갖고 있는 신호에 우리의 눈이 민감한지를 나타내는 함수이다. 지금은 이것이 무슨 뜻인지 몰라도 좋다. 글을 끝까지 읽다보면 자연스레 이해하게 될 것이다. 대비감도함수를 이해하려면 우선 공간 주파수(spatial frequency)와 대비(contrast)에 대해 알아야 한다. 



공간주파수와 대비 


공간 주파수(spatial frequency)공간적으로 얼마나 자주 밝기 또는 색상이 변하는가와 관련이 있다. 공간 주파수가 클수록 자주 바뀌는 것이고 작을 수록 드물게 바뀌는 것이다. 


그림1. 공간주파수가 비교적 작은 이미지    그림2. 공간주파수가 비교적 큰 이미지


위 두 그림을 보면 그림1은 공간적으로 변화가 크게 없는 평탄한 이미지다. 반면 그림2에서는 수많은 집들과 지붕에 수많은 기와들이 배열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듯이 변화가 빈번한 것을 알 수 있다. 즉, 그림1이 그림2에 비해서 공간주파수가 작다. 


대비(contrast)는 영어를 그대로 읽어서 콘트라스트라고도 많이 부른다. 이후로는 콘트라스트라고 부르겠다. 콘트라스트는 이미지에서 가장 밝은 부분들과 가장 어두운 부분의 상대적 차이를 의미한다. 흔히 우리는 사진을 보면서 "이 사진은 콘트라스트가 강해 혹은 약해"라고 이야기 한다. 콘트라스트가 강한 사진은 밝고 어두움의 차이가 커서 보는 사람에게 좀 더 시각적으로 강한 느낌을 주는 반면, 콘트라스트가 약한 사진은 밋밋한 면이 있지만 부드럽고 풍부한 톤을 보여준다[2]. 


그림3. 콘트라스트가 약한 이미지(왼쪽)와 강한 이미지(오른쪽)


그림3의 오른쪽 이미지는 왼쪽에 비해 콘트라스트가 강한 이미지다. 밝고 어두움의 차이가 왼쪽 이미지에 비해 크다. 


어느 정도 감이 왔다면, 그림4(검정 막대와 흰 막대가 번갈아가면서 배열되어 있는 쇠창살 패턴이미지(grating pattern))를 통해 공간주파수와 콘트라스트에 대해 확실히 이해해보자. 


그림4. 공간주파수와 대비에 대한 설명[1]


먼저 왼쪽 그림을 보면 알 수 있듯이, 공간주파수가 큰 것은 변화가 빈번하다(쇠창살이 촘촘하다). 공간주파수가 작은 것이 시야의 1도 안에 한 개의 두꺼운 쇠창살을 포함하고 있고, 공간주파수가 큰 것은 1도 안에 세 개의 얇은 쇠창살을 포함한다. 그리고 오른쪽 그림을 보면 콘트라스트가 큰 것이 좀 더 밝고 어두움의 차이가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공간주파수와 콘트라스트에 대해 이해했다면, 이제 대비감도함수로 넘어갈 차례가 되었다.



▶ 대비감도함수


대비감도함수에 대한 설명은 아래 그림으로 시작하려고 한다.
 

그림5. 다양한 공간 주파수에 따른 콘트라스트 민감도[1]


그림5의 가로축을 살펴보면 공간주파수이고, 세로축을 살펴보면 콘트라스트이다. 그림에서 오른쪽으로 갈수록 공간주파수가 커지고, 아래로 내려갈수록 콘트라스트가 커지는 양상이다. 즉, 왼쪽 위는 공간주파수와 콘트라스트가 작은 부분이고, 오른쪽 아래는 둘 다 큰 부분이다. 그림을 위에서부터 아래로 보기 시작한다면 중간 정도의 공간 주파수일 때 가장 먼저 창살무늬를 알아챌 수 있다. 왼쪽 부분, 즉 공간 주파수가 작을 때는 창살무늬가 존재한다는 것을 거의 맨 아래에 내려가서야 알 수 있다. 오른쪽 부분, 즉 공간 주파수가 클 때는 창살무늬가 존재한다는 것을 중간정도 주파수일 때보다는 좀 더 내려와야 알아챌 수 있다. 작은 콘트라스트를 갖고 있음에도 인지할 수 있을 때 대비감도가 좋다고 말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중간 정도의 공간 주파수에서 대비감도가 높고, 크거나 작은 공간 주파수에서는 대비감도가 낮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창살 무늬가 보이기 시작하는 부분에 선을 그린다면 아래 그림6과 같이 될 것이다(물론 사람에 따라 어느 정도 개인차는 있겠지만 경향은 비슷할 것이다).  


그림6. 대비감도함수(contrast sensitivity function: CSF) [1]


그림6의 오른쪽이 이러한 현상을 모델링한 대비감도함수의 그래프다. 방금 위에서 설명한 것과 같이 중간 정도의 공간 주파수에서 콘트라스트에 대한 감도가 가장 좋다. 공간 주파수가 너무 크면 우리 눈에서 그 변화를 감지할 수가 없는데 그 순간을 분해능 한계(resolution limit)라고 부른다. 분해능 한계는 즉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있는 가장 큰 공간 주파수를 의미한다. 이 분해능 한계가 큰 사람들이 시력이 좋은 사람이다. 


사실 우리에게 분해능 한계가 있다는 것은 인류에게 있어서 참으로 다행한 일이며 축복이다. 만약 우리가 더 큰 공간 주파수를 볼 수 있다면(다른 말로 시력이 훨씬 더 좋다면) 사람들 얼굴에 득실거리며 살고 있는 기생충까지 다 보여 아마 어떤 미인도 이쁘게 볼 수 없을 것이다. 구지 보지 않아도 되는 것들은 볼 수 없게 해주신 하나님께 감사하자. 




대비감도함수(CSF)가 무엇인지 어느 정도 설명이 되었길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 질문이 있거나, 잘못된 내용 있다면 댓글 남겨주세요.




<참고 자료>

[1] Snowden, Thompson, Troscianko, "Basic Vision: an introduction to visual perception", Oxford 출판사, p. 111-117

[2] http://blog.daum.net/suuk8680/15423 => 콘트라스트에 대한 사진적 이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