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3-24 18:55:23

**작년(2021년)에 이어 올해(2022년)도 한국대학스포츠협의회(KUSF)에서 주최하는 스포츠 데이터 분석 교육 프로그램에서 강사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기존에 세이버메트릭스 관련해서 작성했던 글들을 리뉴얼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야구 중계를 보다보면 보살이라는 단어와 자살(또는 척살)이라는 단어를 종종 듣게 됩니다. 우리가 익숙히 아는 불교, 부처님과 관련된 보살, 죽음과 관련된 자살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단어들입니다. 완전히 다른 한자를 씁니다. 

 

불교의 보살 菩薩

야구의 보살 補殺 

(야구의 보살은 한화팬..? 한화팬님들 죄송...)

 

죽음의 자살 自殺

야구의 자살 刺殺

 

보살과 자살

그러면 야구에서 보살과 자살은 어떤 뜻을 갖고 있을까요? 제가 이해한대로 설명을 해보겠습니다. 수비수가 공을 던져서 아웃 카운트를 잡는 것에 기여하는 것을 보살이라고 하고, 수비수가 공을 받아서 아웃에 기여하는 경우를 자살(척살)이라고 합니다. 

 

보살: 수비수가 공을 던져서 아웃에 기여하는 경우

자살(척살): 수비수가 공을 받아서 아웃에 기여하는 경우

 

보살은 영어로 assist (A)라고 하고, 자살은 영어로 putout (PO)이라고 합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예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노아웃에 1루에 주자가 있는 상황이라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이때 타석에 들어선 타자가 유격수 방향으로 내야 땅볼을 쳤습니다. 유격수가 그것을 잡아서 2루에 송구합니다. 그래서 주자가 아웃되었습니다. 그러면 유격수는 하나의 보살을 해낸 것입니다. 동시에 유격수가 던진 공을 잡은 2루수는 하나의 자살을 해낸 것입니다. 그리고 2루수는 타자를 아웃시키기 위해 바로 1루를 향해 공을 던집니다. 1루수가 공을 잡았고 타자 주자도 아웃이 되었다고 해봅시다. 그러면, 2루수는 하나의 보살을 해낸 것이고, 1루수는 하나의 자살을 해낸 것입니다. 이 상황을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유격수: 보살 +1

2루수: 자살 +1, 보살 +1

1루수: 자살 +1

 

내야수는 보살을 올릴 수 있는 기회가 비교적 흔하지만, 외야수는 보살을 올릴 수 있는 기회가 매우 드문 편입니다. 중견수가 중전 안타가 된 공을 잡아 2루에서 출발한 주자를 홈에 송구해서 잡는 상황 등에서나 보살을 올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2020년 시즌 KBO 내야수 중 보살 1위는 유격수인 KT 위즈 심우준 선수로 427개를 기록했습니다. 반면, 외야수 보살 1위 KT 위즈의 배정대 선수는 13개를 기록했습니다. 보시다시피 갯수에 상당히 큰 차이가 있습니다. 

 

내야수 보살 순위 (출처: KBO 기록실)

 

외야수 보살 순위 (출처: KBO 기록실)

 

내야수의 보살은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는 반면, 외야수의 보살은 특별한 것으로 여겨집니다. 따라서, 내야수가 보살에 있어서 한 번이라도 실책을 하면 비난을 많이 받지만, 외야수가 경기 중 보살을 한 번이라도 성공하면 강한 어깨와 정확한 송구 능력을 가졌다고 크게 칭찬 받습니다. 

 

자살을 기록하기에 가장 유리한 포지션은 어디일까요? 바로 1루수입니다. 왜냐하면, 타자가 내야 땅볼을 치고 1루에서 포스 아웃(force out)되는 경우가 경기 중에 아주 빈번하게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이때 일반적으로 1루수가 공을 잡기 때문에, 1루수의 자살 카운트가 올라갑니다. 그 다음으로 유리한 포지션은 포수입니다. 투수가 삼진을 잡아내는 경우에 포수의 자살 카운트가 하나 올라가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2020년 KBO 리그에서 자살 상위 20인은 모두 1루수이거나 포수였습니다. 

 

자살 순위 (출처: KBO 기록실)

 

수비율

야수의 수비 성적을 나타내는 가장 전통적인 스탯인 수비율(FTCP)은 다음과 같이 계산합니다.

 

수비율 = (보살 + 자살)/(보살 + 자살 + 실책)

 

즉, 보살과 자살 대비 실책을 적게 할수록 수비율이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선수가 5개의 보살과 3개의 자살을 해낸 상황에서 2개의 실책이 있다면, 이 선수의 수비율은 (5 + 3)/(5 + 3 + 2) = 0.8, 즉 8할이 됩니다. 

 

수비율은 야수의 수비력을 평가할 때 쓰이는 기본적인 스탯이지만 이것으로만 야수의 수비력을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야수마다 수비범위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어떤 선수는 수비범위가 넓어서 다른 선수들을 따라가지도 못할 공을 따라잡았지만 송구를 제대로 못해서 실책으로 기록될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기존의 수비율은 자기 앞에 잡기 좋게 온 공만 잘 처리한 선수들의 수비율이 더 좋게 나올 수 있는 함정이 있습니다. 그래서 레인지 팩터(range factor, RF), 얼티밋 존 레이팅(ultimate zone rating, UZR) 등의 평가지표도 생겨났습니다. 이에 대한 내용은 조만간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보살, 자살, 수비율에 대해서 이해가 되셨나요? 혹시라도 제가 잘못 이해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알려주시길 바라며 글을 맺겠습니다. 

 

(이 글은 2022-5-11에 마지막으로 수정되었습니다)

 

참고자료

[1] community.hsbaseballweb.com/topic/put-out-vs-assist, hsbaseballweb, "Put Out vs. Assist"

[2] ko.wikipedia.org/wiki/%EC%9E%90%EC%82%B4_(%EC%95%BC%EA%B5%AC), 위키백과, "자살(야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