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5-07 23:41:51

**작년(2021년)에 이어 올해(2022년)도 한국대학생스포츠협의회(KUSF)에서 주최하는 스포츠 데이터 분석 교육 프로그램에서 강사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기존에 세이버메트릭스 관련해서 작성했던 글들을 리뉴얼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야구 경기를 꽤 오래 시청해온 사람들도 정확히 알지 못하는 규정들이 꽤 많이 있습니다. 저는 투수가 승, 패, 세이브, 홀드를 기록하게 되는 조건도 그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도대체 어떤 요건을 충족해야만 승리투수가 되고, 세이브, 홀드를 기록할 수 있는지 지금부터 알아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승리투수가 되려면

선발투수의 경우 승리투수가 되려면 아래 3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합니다.

1) 5이닝 이상 투구해야 합니다.

2) 교체되는 시점에 팀이 이기고 있어야 합니다.

3) 교체되고 난 후에 팀이 동점이나 역전을 허용하면 안 됩니다. 

 

불펜투수의 경우에는 아래 한가지 조건만 충족하면 됩니다.

1) 지고 있거나 동점인 상황에서 등판하여 교체되기 전에 팀이 역전을 하여 끝까지 리드를 지켜야 합니다.

 

예를 들어 팀이 3:4로 지고 있는 상황에서 투수A가 등판했습니다. 교체되기 전에 만약 팀이 5:4로 역전을 했고 다시 동점이 되거나 역전이 된 일이 없다면 투수A는 승리투수가 됩니다.

 

패전투수가 되려면

패전투수가 되고 싶은 투수는 없겠지만, 불운하게도 투수가 패를 끌어안게 되는 조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마지막으로 상대팀에게 리드를 허용하는 실점을 기록한 투수 [1]

 

경기가 여러차례 엎치락뒤치락할 수 있지만 마지막으로 리드를 허용하게 한 투수가 패전투수가 된다는 뜻입니다. 

 

세이브 & 홀드를 기록하려면

세이브와 홀드는 기본적으로 불펜투수만 기록할 수 있는 기록입니다. 세이브를 기록할 수 있는 상황은 다음과 같습니다.

1) 3점차 이내로 리드하고 있는 상황에 등판하여 1이닝 이상 동점이나 역전을 허용하지 않음

2) 누상의 주자, 타자, 다음 타자가 득점을 하게 되면 동점이 되거나 역전이 되는 상황에 등판하여 아웃카운트를 하나라도 잡음

3) 3이닝 이상 동점 및 역전을 허용하지 않음

 

이상의 3가지 조건 중 하나라도 충족시켰고 마지막 투수였다면 세이브를 기록하게 됩니다. 이상의 3가지 조건 중 하나를 충족시켰지만 마지막 투수가 아니었다면 홀드를 기록하게 됩니다. 

 

세이브는 승리팀의 투수만 받을 수 있지만, 홀드는 패전팀의 투수도 얻을 수 있습니다.

 

예시 경기 - 2022년 5월 3일 두산 vs LG

2022년 5월 3일 잠실에서 열린 두산 vs LG 경기 결과를 살펴보겠습니다. 이 경기는 LG가 한 점 차이로 승리를 거둔 경기인데요. 계속해서 두 팀이 엎치락뒤치락했던 경기입니다.

 

 

이 경기에서 마지막으로 상대에게 리드를 허용한 실점을 기록한 투수는 두산의 김강률 선수였습니다. 8회 말에 등판하여 1이닝을 던졌지만 2점을 실점하면서 역전을 허용했습니다. 그래서 패전투수가 되었죠.

 

김강률 선수가 역전을 허용한 순간 상대팀 투수는 LG의 김진성 선수였습니다. 그래서 김진성 선수가 승리투수가 되었습니다.

 

3:4인 상황에서 9회초 LG의 고우석 선수가 등판합니다. 1점 차였기 때문에 세이브를 기록할 수 있는 상황이었고, 고우석 선수가 무실점으로 막으며 세이브를 기록하게 됩니다. 

 

두산의 장원준 선수는 팀이 패배했음에도 불구하고 홀드를 기록했습니다. 장원준 선수는 팀이 3:2로 이기고 있는 7회말 1아웃 상황에서 등판하여 2/3이닝 동안 동점이나 역전을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홀드를 받게 되었습니다. 

 

승, 세이브, 홀드라는 스탯은 공정한가?

생각해볼 만한 것이 있습니다. 과연 승, 세이브, 홀드라는 스탯은 투수의 실력을 잘 나타내주는 스탯인가라는 질문입니다. 사실 투수가 승, 세이브, 홀드를 기록하게 되는 데에는 투수 자체의 능력보다는 타선의 도움과 상황의 도움을 많이 받습니다.

 

일단 세이브 상황, 홀드 상황 자체가 많이 발생하지 않는 팀에서 투수로 뛰고 있다면 세이브, 홀드를 기록하기가 어렵습니다. 이기고 있는 상황보다 지고 있는 상황이 많은 하위권 팀들의 투수는 일단 불리한 것이죠. 

 

그리고 불펜투수로 등판하여 1아웃만 잡았는데 그떄 마침 타선이 도움을 줘서 역전을 하여 결과적으로 승리투수가 되는 것도 어떻게 보면 참 운이 좋은 일이죠. 

 

선발투수로 등판하여 8이닝 무실점으로 기록했고 0:0인 상황에서 9회에도 등판하여 한 타자 상대했는데 그 타자를 볼넷으로 출루시킨 후 다른 투수와 교체되었는데 그 투수가 만약 그 타자를 불러들여 0:1 패배를 하게되었다면 8이닝 무실점이라는 엄청난 투구를 보이고도 패전투수가 되는 것입니다. 패배의 책임을 이 투수 한 명에게 전가하는 것이 과연 공정한 일일까요. 그보다는 1점도 내지 못한 타선에 책임을 물어야하는 것 아닐까요? (투수가 타자들 집합시켜놓고 빠따라도 들어야 할 상황입니다.)

 

그래서 세이버메트리션들 중에는 아주 전통적인 투수 스탯들인 승, 세이브, 홀드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세이버메트릭스는 기본적으로 운의 요소를 최대한 제거해보려고 하는데 승, 패, 홀, 세에는 너무 운이 작용을 많이 하기 때문입니다.  

 

 

여기까지 읽으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나름대로 조사해가며 정리해가며 작성했지만 내용 중 일부가 틀렸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 부분 있다면 가감없이 알려주시면 교정하도록 하겠습니다.^^ 

 

참고자료

[1] https://namu.wiki/w/%ED%8C%A8%EC%A0%84%ED%88%AC%EC%88%98, 나무위키, "패전투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