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금리와 환율이 전세계 금융시장을 어떻게 움직이는 지에 대해 여러 사례를 들어 설명해주는 책이다. 책의 저자인 오건영님은 금리는 대내적 돈의 가치, 환율은 대외적 돈의 가치라고 정의를 내린다. 금리가 올라가면 대내적 돈의 가치가 커지고, 금리가 내려가면 대내적 돈의 가치가 작아진다. 그리고 환율이 높아지면 대외적으로 한국 돈의 가치가 낮아지고, 환율이 낮아지면 대외적으로 한국 돈의 가치가 커진다. 내가 이해한 대로 책의 논리 중 일부를 정리해보겠다.
한국은 수출로 먹고 사는 국가이기 때문에 환율이 낮은 것보다는 환율이 높은 것이 낮다. 왜냐하면, 한화의 가치가 높으면 한국 제품을 수입하는 국가들의 입장에서는 더 비싼 가격으로 한국 제품을 사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가격 경쟁력이 낮아진다.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인 상황이면, 한국에서 30만원에 팔리는 물건을 사려면 200달러(300,000 / 1,500)가 필요하다. 그런데 환율이 1000원인 상황이라면, 300달러가 필요해진다. 환율이 낮아지면 달러로 한국 제품을 사려고 하는 미국인 입장에서는 물건 값을 비싸다고 느끼게 된다. 그러면 당연히 구입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적어질 것이다. 따라서 수출로 먹고 사는 국가들은 환율을 높게 유지하는 편이 낫다.
그런데 무작정 환율을 높게 유지하면, 다음과 같은 현상이 벌어진다. 한국 돈의 가치가 낮은 상황이기 때문에 한국에 투자한 외국인들의 돈이 빠져나갈 가능성이 크다. 한국 돈을 갖고 있으면 돈이 증식되기 보다는 오히려 점점 더 손해를 보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화를 달러로 바꾸면서 한국 돈이 시중에 많이 풀리고, 결과적으로 한국 돈의 가치는 더 낮아진다. 그러면, 환율은 더 높아질 수 있다. 수출에는 더 유리해질 수 있지만, 우리도 수출만 하는 국가가 아니라 달러로 외국 제품을 구입해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비싼 가격으로 수입을 해야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그러면 물가가 높아질 수 밖에 없다. 물가가 높아지면, 같은 월급을 받아서 더 적은 물건을 구입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삶의 질이 나빠진다.
그렇다면,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기준 금리를 높여서 한국 돈의 가치를 조금 높이는 것이다. 수출 전선에 너무 지장이 생기지 않을 정도로 올리는 것이다. 금리를 높이면 한국 돈을 갖고 있는게 이득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외국 자본이 더 이상 빠져나가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또 하나 가능한 방법은 시중에 한국 돈보다 달러가 적어지면서 달러의 가치가 높아지는 것이기 때문에 외환 보유고에 쌓아 두었던 달러를 풀어서 달러의 가치가 너무 높아지지 않게 방어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외환 보유고에 쌓여 있는 달러가 무한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적정 수준까지만 풀 수 있다. 만약 과도하게 외환 보유고에 있는 달러를 시중에 풀면 대외적으로 한국의 경제 상황이 불안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면 더 많은 외국 투자자들이 한국 돈을 팔고 달러를 사들이는 악순환이 벌어질 것이다. 1997년의 IMF 외환 위기도 외환 보유고에 있는 달러를 다 써서 일어난 일이다.
이렇듯 정부는 각국의 금융 정책에 맞춰서, 시장 상황에 맞춰서 적절한 타이밍에 적절한 방법으로 개입해야 한다. 자유시장을 강력하게 옹호하는 사람들은 "그냥 냅둬, 시장이 알아서 조절할 거야"라고 말할 것이다. 반면, 사회주의를 강력하게 주창하는 사람들은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개입해야만 위기를 예방하고 더 빨리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할 것이다. 정답은 항상 그 중간 어디쯤이지 않을까.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고, 알아서 자생하게 냅둬야 할 때도 있을 것이다. 그것을 잘 판단할 수 있는 통찰력이 금융 정책을 만드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이 아닐까. 그 통찰력은 과거의 사례를 학습함을 통해 간접적으로 얻을 수도 있을 것이고, 창의적인 해법으로 당면한 문제를 해결해봄으로 직접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 글은 2022년 10월 10일에 쓴 독후감입니다. 글을 맺기 전에 일년 전에 이 책을 선물해주신 친애하는 정하연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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