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1-23 15:20:27

결혼 후 처음으로 장인어른과 장모님이 천진에 방문하셨다(2017.11.14-16). 우리 둘이 생활하던 곳을 부모님께 소개해드리니 꽤 설레면서도 즐거웠다. 혹시 지인이 중국 천진(톈진)에 방문하시는 경우라면 아래의 코스를 참고해서 돌아다녀도 좋을 것 같다. 

 

 

▶ 천진(天津)은 어떤 도시?

 

천진은 어디? [출처: 구글맵스]

 

 

코스를 보기 전에 잠시 천진에 대해 간단하게 소개하려고 한다. 천진은 중국에서 베이징, 상하이 다음으로 발전한 도시다. 위치로는 북경 오른쪽 아래에 위치해 있으며 바다에서 멀지 않다. 중국의 KTX인 까오티에(高铁)를 타면 천진에서 북경은 약 35분이면 도착할 정도로 가깝다. 총 17개의 구와 1개의 현으로 이루어져 있는 천진의 인구는 약 1800만명이니 1000만 인구의 서울보다도 훨씬 많다. 근대사로 보면, 천진은 1858년에 영국, 프랑스, 러시아, 미국과 청나라가 맺은 톈진 조약으로 개항했고, 1904년 러일 전쟁 때 대외 무역항으로 번성해서 조계가 설치되었다. 조계란 19세기 중국의 개항 도시에 있었던 외국인 거주지를 의미한다. 이 영향으로 지금도 천진에는 세계 각국의 양식으로 지어진 건축물들이 상당히 많이 남아있다. 톈진조약과 조계는 중국 입장에서보면 아픈 역사다. 영과 청 사이의 톈진조약(1858년)은 그 당시 강대국들의 위협에 굴복하여 맺은 불평등조약이었기 때문이다. 이 톈진조약은 1885년에 청과 일이 우리 나라(당시 조선)에 동일하게 간섭하기 위해 청과 일이 맺은 톈진조약과 다른 것이다. 이것은 우리 입장에서 아픈 역사다. 

 

1858년 톈진 조약: 영국, 프랑스, 러시아, 미국과 청나라가 맺은 조약->청에게 불리

1885년 톈진 조약: 청과 일이 맺은 조약->조선에게 불리

 

아무튼 천진은 중국과 한국 모두에게 아픈 역사를 담고 있는 도시인 것 같다. 

 

 

▶ 첫째날

 

11:15, 부모님 천진공항에 도착

우리는 부모님을 모시러 가기 위해 SUV차를 운영하시는 기사님을 한 분 예약해서 갔다. 양광100에서 공항까지 왕복하는데 단 100위안으로 비교적 저렴하게 마중나갔다. 천진공항에서 부모님이 나오시기를 기다리는데 어찌나 설레던지. ㅎㅎ 눈에 빠지게 기다리던 중에 드디어 입국장에 부모님들 얼굴이 보이기 시작하고...^^ 인사를 드리고 잽싸게 차가 있는 곳으로 모시고 가서 우리가 살고 있는 집으로 향했다. 

 

12:30, 우리 집 도착

밑반찬들부터 시작해서, 참치, 스팸, 김, 미역, 어묵, 라면, 시리얼 등등 원하고 원하던 리얼 한국 음식들을 공수해주셔서 집에 오자마자 하나하나 정리했다. 그리고 그 밑반찬들과 장모님이 끓여주신 어묵탕으로 점심을 해결했다. 꿀맛.. ㅜㅜ    

 

14:30, 천진대학교(天津大学) 투어

내가 다니고 있는 천진대를 소개시켜드리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아서 모시고 갔다. 천진대는 중국교육사에서 최초로 설립된 고등교육기관이다. 전신인 북양대학(北洋大学)이 1895년에 창립되었으니 120여년 정도의 긴 역사가 있는 학교이다. 도서관에 보유하고 있는 책의 권수만 해도 174만 권이라고 한다. 남개대와 바로 붙어 있는데 남개대는 문과계열이 강한 학교이고, 천진대는 이공계가 강한 학교이다. 천진대가 관광코스로도 괜찮은 것이 캠퍼스가 꽤 이쁘다. 부모님도 상당히 좋아하셨다. 햇살이 매우 좋아서 사진을 대충 찍어도 이쁘게 나왔다.  

 

천진대학교의 랜드마크 앞에서 한컷!

 

 

다정하신 두분의 모습. ㅎㅎ

 

천진대 안에만 4개의 호수가 존재한다.

 

 

16:00, 오대도(五大道), 민원광장(民园广场) 

오대도는 말 그대로 다음과 같은 다섯개의 큰 길이 지나는 곳이다: 청두따오(成都道), 충칭따오(重庆道), 따리따오(大理道), 무난따오(睦南道), 마창따오(马场道). 이곳에는 1920~30년대에 세계 여러 나라의 양식으로 지어진 건축물들이 약 2000개가 넘게 있다. 이렇게 많은 외국 건물들이 존재하는 이유는 천진이 조계였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클래식한 모습의 300여개의 건물들 중에서 89채는 영국식, 41채는 이탈리아식, 6채는 프랑스식, 4채는 독일식, 3채는 스페인식이다. 그래서 오대도는 만국건축박물관이라고도 불린다. 

오대도에 있는 민원광장은 나와 아내가 천진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이다. 원형 돔 경기장 같이 생긴 민원광장은 천진의 어떤 곳보다도 세련되면서도 유럽 느낌이 물씬나는 곳이다. 평일 오후에 가니 그 사람많던 광장이 거의 텅텅 비어있었다. 원래는 앉아서 좀 수다 좀 떨고 하려고 했지만 날씨가 매우 추운 관계로 사진만 몇장 찍고, 광장 지하에 있는 세계 각국의 식료품을 파는 마트인 EJT에 들어가서 체리맛 콜라와 말린 망고를 사서 나왔다. 

 

오대도 전경. 중간에 경기장 같이 생긴 곳이 바로 민원광장이다. [그림 출처: 바이두백과]

 

민원광장 안에서 한 컷!

 

 

 

17:00, 스모키앤코

예전에 아내와 스모키앤코의 스테이크를 한 번 먹어본 적이 있는데 가격대비 양과 맛이 매우 훌륭했다. 그래서 부모님을 모시고 갔다. 민원광장에 있기 때문에 동선에 있어서도 상당히 좋았다. '호박 들어간 샐러드', '치즈 올라간 감자', '립아이스테이크 400g짜리', '연어크림파스타' 이렇게 4개의 메뉴를 주문하고 맛있게 먹었다. 먹고 나오니 이미 어두워져 있었고, 민원광장의 건물에는 아래 사진과 같이 은은한 조명이 켜져있었다. 

 

조명이 켜진 민원광장의 모습.
 
 
19:00, 마사지

양광100에서 멀지 않은 천수만화원(浅水湾花园) 근처에 있는 마사지샵에서 부모님께 꽈샤, 불부황, 전신마사지를 받게 해드렸다. 이곳은 예전에도 몇번 가봤지만 퇴폐적인 분위기도 전혀 나지 않고, 가격도 저렴하고, 아저씨, 아주머니들이 장인정신을 가지고 하셔서 강추할 만한 곳이다. 한국에서는 마사지를 받고 싶어도 비싸서 못받 때문에 중국에 부모님이 오시면 꼭 받게 해드리자.

  

 

▶ 둘째

 

9:00, 아침 식사

중국에서 아침 식사로 많이 먹는 빠오즈와 훈둔을 먹었다. 양광100 단지 내에 항주 빠오즈집이 새로 생겼는데 맛도 괜찮고, 가격도 저렴하다. 양광식품 왼쪽에 위치해있다. 부모님은 따뜻한 국물이 있는 훈둔이 맘에 드셨던 것 같다.    

 

10:00, 수상공원(水上公园)

띠디를 타고 수상공원으로 이동했다. 1951년에 공식적으로 설립된 수상공원은 9개의 섬과 3개의 호수를 포함하고 있을만큼 어마어마하게 큰 공원이다. 하늘도 파랗고 공기도 좋고 공원에서 산책하기 딱 좋은 날씨였다. 무리를 지어 춤을 추는 분들, 경극을 연습하는 분들, 태극권을 선보이는 분들, 장기두는 분들, 포커치는 분들, 마이크와 엠프를 가지고 와서 노래하는 분들이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었다. 부모님은 엄청 신기해하시면서 한참을 구경하셨다. 

 

수상공원에 있는 큰 관람차와 멀리보이는 천탑을 배경으로 한 컷!

 

수상공원에서 비니가 잘 어울리시는 아버님의 독사진.ㅎㅎ

 

 

12:00, 삔장따오(滨江道)

수상공원에서 가까운 주은래등영초기념관역(周邓纪念馆站)에서 3호선 지하철을 타고 삔장따오가 가까운 화평로역(和平路站)으로 이동했다. 한번 천진 지하철도 타보고 싶다고 하셔서..ㅎㅎ 내리자마자 도자기로 만든 집(瓷房子)이 170m 정도 남았다는 표지판이 보이길래 잠시 들러서 구경하고 삔장따오로 들어갔다. 삔장따오는 한국의 명동같은 곳이다. 가자마자 리버사이드 5층에 있는 루위에 가서 점심을 먹었다. 메뉴는 카오위. 가장 잘 나가는 맛있는 생선에다가 세가지의 야채를 선택해서 넣고 맛은 마늘맛으로 주문했다. 카오위는 막판에 거의 국물이 졸여졌을 때 국물을 살짝 떠서 밥에 비벼 먹으면 정말 맛있다. 완전 꿀맛! 밥을 먹고 난 후 우리가 즐겨 마시는 코코 나이차를 맛보여 드리고 싶어서 6층에 있는 코코에 가서 이것저것 시켰다. 코코는 차가운 것들을 시켜서 그런지 몰라도 부모님들 입맛에는 그닥 맞지 않았던 것 같다.  

 

도자기로 만든 집. 보다시피 도자기가 건물 곳곳에 박혀있다.

 

삔장따오에서 부모님 파파라치 컷!

 

 

14:00, 고문화거리(古文化街)

지금까지 갔던 곳들은 그다지 중국스럽지 않은 것 같아서 고문화거리를 모시고 갔다. 고문화거리는 천진역 앞을 흐르는 하이허(海河)강 상류 쪽에 위치하고 있다. 그곳에 가기 위해 우리는 역시나 띠디를 탔다. 600년의 역사를 지닌 톈진의 고문화거리는 한국의 인사동 같은 곳이라고 보면 된다. 이 곳은 톈진에서도 상업과 무역으로 가장 번화한 곳이었다고 한다. 지금은 톈진을 상징하는 기념품을 구입할 수 있는 상점이 많이 들어서 있다. 문방사우, 전통악기, 진흙인형, 연을 비롯한 중국풍의 물건들을 구입하고 싶다면 가볼만하다. 인사동과 비교한다면, 물건의 퀄리티는 다소 떨어지지만 건물의 양식과 전체적인 분위기가 고문화거리를 매력적인 관광지로 만들고 있다.

 

고문화거리 입구에서 한컷!

 

여러 종류의 골동품을 파는 노점상들도 많이 들어서 있다.

 

 

15:00, 하이허(海河) 강변

다음 목적지인 이태리거리는 고문화거리에서 멀지 않다. 우리는 하이허 강변을 따라서 걷기 시작했다. 하이허는 길이가 1327km이나 되는 매우 긴 강이다. 한강이 494km이니 한강의 세배 정도 길다고 보면 된다. 아니나 다를까 중국 화북지역에서 가장 크다고 한다. 멋진 사진들을 건질 수 있는 장소이므로 걸을 수 있다면 최대한 걷는 것을 추천한다. 강변으로 쭉 이쁜 유럽식 건물들이 들어서있다. 개중에는 아무도 살지 않고 빈집처럼 보이는 집들이 많이 있었는데, 아버님은 그것들을 보시면서 카페나 박물관이나 식당으로 활용한다면 훨씬 더 좋은 관광명소가 될 것 같다고 이야기하셨다. 이야기하면서 걷다보니 어느덧 이태리 거리가 보이기 시작했다.

 

임신해서 수고가 많은 아내 한 컷!

 

중국 화북지역에서 가장 긴 강인 하이허의 모습.

 

하이허 강변에서 은행나무(?)를 배경으로 한컷!

 

어머님의 독사진. ㅎㅎ

 

 

15:30, 이태리거리(意式风情区)

하루 종일 걸었다녔더니 힘들어서 이태리거리에 도착하자마자 입구에 있는 스타벅스에 들어갔다. 따뜻한 커피를 드시고 싶으셨던 부모님을 위해 아메리카노와 카페모카를 한잔씩 주문했다. 에너지를 보충한 다음에 본격적으로 이태리거리를 구경했다. 이태리 거리는 이탈리아 스타일의 건물들이 매우 잘 보존되어 있는 아시아에서 가장 큰 이탈리아 거리이다. 이 곳에 있는 대부분의 건물들은 근현대의 유명인과 공무원의 거주지였다. 대표적으로 중화민국 초기의 정치가였던 위안스카이와 1900년대 초 중국의 부통령이었던 펑궈장 등이 이곳에 살았다. 항상 갈 때마다 꽤 시끌벅적했던 곳인데 평일이기도 하고 쌀쌀해서 그런지 몰라도 정말 한산했다. 

 

이태리 거리 메인 스트릿에서 한 장. 거리 양 옆으로는 노천 카페를 둔 외국 음식점들이 쭉 들어서 있다.

 

 

16:30, 천진역 주변

이탈리아거리에서 진완광장(津湾广场)까지 강을 따라 걸었다. 좋은 날씨 덕분에 너무나 멋진 뷰가 계속되었다. 슬슬 어두워지면서 보이는 광경은 또 다른 멋짐을 선물해주었다. 진완광장에 도착했는데 뭔가 느낌이 평소와 달랐다. 아니나다를까 이곳을 훌륭한 야경 스팟으로 만들어주던 은은한 조명들이 꺼져 있었다. 그리고 날씨가 추워지면서 유람선도 운행하지 않았다. 3월부터 11월까지 운행한다고 적혀있긴 한데 조금 일찍 운행이 종료된 것 같다. 거기에 계신 교통경찰처럼 보이는 분께 물어보니 유람선이 운행하는 시기에만 야경용 조명들이 켜진다고 했다. 정확하게 알아들은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주말과 공휴일에는 조명을 켠다는 것 같기도 했다. 천진 여행의 하이라이트로 이곳을 방문했는데 정말 아쉬웠다. 다음에 오시면 그때는 꼭 천진의 야경을 보여드릴 수 있기를..

 

세기종 앞에서 분위기 있게 한 컷!

 

예쁜 건물들과 다리를 배경으로 한 컷.

 

마지막으로 사랑하는 아내 사진 한컷!

 

아쉬운 마음에 천진역 주변에 조명이 켜져 있을 때의 사진을 하나 아래 첨부했다.  

 

조명이 켜져있을 때 천진역 주변의 모습. [그림 출처: 바이두사진]

 

 

17:30, 청년식당

2박 3일의 일정이다보니 저녁식사가 사실상 마지막 만찬이었다. 맛있으면서 풍성한 식사를 어디서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진완광장에 있는 청년식당에 모시고 갔다. 가장 안전한 음식들을 여러 개 시켜서 먹었다. 새우가 들어간 딤섬은 처음 시켜봤는데 상당히 담백하고 맛있었다. 밥을 먹고난 후 우리는 집으로 돌아갔다. 하루종일 다녀서 다들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기에.. ㅎㅎ

 

 

▶ 째날

 

9:00, 아침 식사

어머님이 손수 미역국을 끓여주셨다. 미역국과 밑반찬들로 맛있게 아침을 먹고 공항에 갈 준비를 했다. 

 

10:00, 천진공항으로

부모님을 모시고 천진공항으로 갔다. 어느덧 작별의 시간이 다가왔다. ㅜㅜ 부모님 와주셔서 감사해요. 짧았지만 정말 덕분에 행복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한국에서든 중국에서든 자주 뵙고 싶어요. ㅎㅎ 

 

 

▶ 정리

 

이번에 2박3일간 돌아다니면서 느낀 것은 11월은 천진을 여행하기에 그다지 적합한 시기는 아니라는 것이다. 겨울을 피해서 봄, 여름, 가을에 온다면 아름다운 천진의 모습을 더 제대로 경험할 수 있다. 하지만 여행에서 장소와 계절보다 중요한 것은 누구와 함께 하는가 아니겠는가? 중국 천진은 부모님과 사랑하는 아내와 또는 친구들과 한 번 시간내서 올 만한 도시다. 한국에서 매우 가까워서 비수기에는 인당 왕복20만원이내로 비행기표를 구입할 수 있다.   

 

 

<참고 자료>

[1] 톈진가이드북, China Intercontinental Press

[2] https://baike.baidu.com/item/%E4%BA%94%E5%A4%A7%E9%81%93/1093272?fr=aladdin, 바이두백과 오대도 설명. 

[3] http://www.sohu.com/a/197455730_355440, 민원광장

[4] http://100.daum.net/encyclopedia/view/b22t2938a, 톈진 조약(1858)

[5] https://ko.wikipedia.org/wiki/%ED%86%88%EC%A7%84_%EC%A1%B0%EC%95%BD_(1885%EB%85%84), 톈진조약(1885)

[6]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1201983&cid=40942&categoryId=39998, 천진대학

[7] https://ko.wikipedia.org/wiki/%ED%95%98%EC%9D%B4%ED%97%88, 하이허

[8] https://ko.wikipedia.org/wiki/%ED%95%9C%EA%B0%95, 한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