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2-07 01:09:47

아래 글은 2018년 5월 31일에 이 책에 대해 쓴 독후감입니다.  

독후감

며칠 전에 출산을 앞둔 아내와 함께 놀러갔는데 아내가 진열대를 둘러보다가 이 책의 제목을 보고는 나를 불러세웠다. 제목은 바로 <오늘, 또 일을 미루고 말았다>였다. 최근에 졸업논문을 미루다 호되게 고생한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하나님의 은혜와 동료들의 도움으로 잘 마무리하긴 했지만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꽤 고생을 했다. 그 사건을 거쳐가면서 아내에게 반복해서 다짐하며 말했던 것이 "이제는 절대 어떤 일이든 밍기적 밍기적 미루지 않겠다"였다. 그래서 이 책이 아내의 눈에 들어왔던 것 같다. 바로 그 진열대로 걸어가 책을 펴 저자에 대한 소개를 살펴봤다. 저자는 나카지마 사토시라는 일본인이었다. 이름은 낯설었지만 그의 직업과 커리어는 상당히 눈에 띄였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윈도우 95, 윈도우 98, 마우스 더블 클릭, 인터넷 익스플로러 3.0, 인터넷 익스플로러 4.0의 개발에 큰 공헌을 한 사람이고, 무엇보다도 프로그래머라는 사실이 흥미를 불러일으켰다. 큰 고민없이 그 자리에서 바로 책을 들고 계산대로 향했다. 나는 항상 읽고 싶은 책 목록을 메모앱에 적고 다니다 서점에 갈 일이 있을 때 구입하곤 한다. 그러나 때론 이렇게 충동적으로 산 책이 더 큰 울림을 주는 것 같다. 이 책이 바로 그렇다. 

<오늘, 또 일을 미루고 말았다>는 시간 관리의 중요성에 대해 역설한 후 저자의 시간관리 방법을 소개한다. 사실 이런 종류의 시간관리법 책은 시중에 넘쳐난다. 그러나 이 책만큼은 내 삶에 실제로 적용해보고 싶은 마음을 크게 불러일으켰다. 다른 많은 자기계발서들은 성공을 위해 인생을 너무 빡세게 몰아붙이는 인상이 강했다면, 이 책은 좀 더 여유있게, 즐겁게 일을 하기 위한 시간관리법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마음에 들었다. 그날 바로 집에 돌아가 독서를 시작했다. 책 속에 빨려들어가는 것과 같은 느낌을 준 책은 오랜만이었다. 금방 다 읽게 되었고, 여운이 가시기 전에 다시 한 번 천천히 읽었다. 

나카지마 사토시는 어떤 일을 하든 마감을 지키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실력이 뛰어난 사람은 많지만, 마감을 제대로 지키는 사람은 많지 않다는 것이 저자가 업계에서 오랜 기간 동안 일하면서 알게된 사실이다. 능력이 뛰어난 사람보다 시간관리를 잘해 마감날짜를 지키는 사람이 결국 신뢰를 받게 되므로 결국은 시간관리력이 가장 큰 능력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는 2대8법칙 즉, 기한의 20%에 해당하는 초기에 전체 일의 80%를 처리하는 "로켓스타트" 시간관리법을 소개한다. 만약 10일의 기한이 있다면 처음 이틀동안 전체 업무의 80%를 처리하는 것이다. 그리고 나머지 80% 기간동안에는 나머지 20%를 처리하며 일의 완성도를 높인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와 반대로 기한의 20%가 남았을 때 일의 80%를 몰아서 처리하는 "라스트 스퍼트" 식으로 일한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일을 하면 마감기한을 못 맞추기 싶고, 일하는 내내 뭔가에 쫓기듯 초조하다. 일하는 동안 초조하고 불안하다보니 결과물의 퀄리티도 만족스럽지 못할 때가 많다. 반면, 초반에 집중해서 전체 작업량의 80%를 한다면, 남은 기간 동안 보다 여유롭게, 완성도 있게 일을 마감기한에 맞춰 완수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마감기한보다 너무 일찍 완성해버리지 않는 것이다. 10일의 기한이 있는데 처음 이틀동안 80%를 했다면, 하루만 더 빡세게 일하면 다 완성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 수 있다. 그래서 3일째 되는 날 일을 마무리하고 자랑스럽게 상사에게 보고한다면, 상사는 바로 또 다른 일을 맡길 것이다. 저자는 이런 상황을 결코 바람직하게 보지 않는다. 일을 더 많이 맡으려고 일을 초반에 빨리 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초반에 집중해서 많은 일을 하는 이유는 마감 기한을 맞출 뿐만 아니라 나머지 기간동안 여유롭게 일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기 때문이다. 저자의 시간관리법의 핵심은 집중해서 일할 때 일하고 또한 여유롭게 즐겁게 일하는 것이다. 마감기한이 얼마남지 않아 마음에 여유가 없으면 일에 집중할 수 없다. 

물론 초반 20% 기간동안 전체 일의 80%를 해내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서 나카지마 사토시는 <드래곤볼>의 주인공인 손오공이 필살기로 사용하는 "계왕권"을 자신도 사용할 수 있다고 상상한다. 즉, 초반 20% 기간동안 계왕권을 사용하는 것이다. 그때만큼은 SNS도, TV도, 친구도 접하지 않는다. 오로지 모든 정신과 능력을 일에 집중시킨다. 일의 진행에 탄력을 받으면 이 기간만큼은 밤을 새기도 한다. 만약 이렇게 했는데도 일의 80%를 해내지 못했다면 즉시 상사에게 가서 기한을 연장해달라고 요청한다.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다고 자만하지 말고 요청한다. 20%의 시간 내에 80%를 완수했다면 이 일은 기한 내에 충분히 완수할 수 있는 일이라고 판단하면 된다. 

2대8법칙을 저자는 하루의 일과를 수행하는데도 적용하길 권한다. 우리가 하루에 사용할 수 있는 시간 중 초반에 해당하는 20%의 시간 내에 해야할 중요 업무의 80%를 완수하는 것이다. 보통 점심 먹기 전 오전 시간을 생각하면 된다. 이 시간 동안 역시 계왕권을 사용한다고 생각하고 일에 집중한다. 그리고 나머지 오후 시간에는 조금 더 수월한 일들을 처리해간다. 블로그 포스팅, SNS, 자기계발 등에 시간을 투자해도 좋다. 단, 무엇을 하던지 멀티태스킹은 금한다. 한 번에 하나씩 집중해서 해야한다. 우리의 뇌는 결코 멀티태스킹을 좋아하지 않는다. 멀티태스킹을 하면 점점 집중력을 잃어버리고, 결국은 어떤 일에도 집중하지 못하는 산만한 사람이 된다. 

나는 지금껏 참 많이 미뤄왔다. 미룰만한 이유가 있었다기 보다는 게을렀다고 인정할 수 밖에 없다. 미루는 동안 그동안 느꼈던 불안함과 초조함을 이제는 더이상 느끼고 싶지 않다. 미리미리 중요한 일들을 먼저 해서, 기쁨과 평안한 마음 가운데 하루하루의 시간을 알차게 보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