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가까운 친구들인 태호와 병일화정부부(+뱃속에 있는 축복이)가 제천에 놀러왔다. 태호는 대전에서, 병일화정부부는 서울에서 여기까지 왔는데 덥다고 집에만 있자니 미안한 마음에 함께 갈만한 곳이 어디 있을까 생각해봤다. 문득 제천 옆 영월에 있는 청령포가 떠올랐다. 청령포는 지나가기만 여러 번 지나가봤지 나도 아직 가보지 않은 곳이었다. 여러 번 방문할 기회가 있었지만 특별한 사람들과 함께 가고 싶어서 남겨둔 곳이었다. 여담이지만 학부시절 남산 중턱에 있는 동국대에 다니면서 남산타워에는 여자친구가 생기면 올라가야겠다고 다짐했던 것과 비슷한 맥락이라고 해야할까?
▶ 청령포: 단종이 유배되어 보내진 곳
단종어소를 지나서 숲으로 들어가면 아주 큰 소나무가 하나 보인다. 관음송(천연기념물 제349호)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다. 관음송은 단종이 유배 온 것을 보고 오열하는 소리를 들은 소나무라는 뜻이라고 한다. 수령이 600년에 키가 30미터나 된다. 실제로 보면 무지 크다.
길을 따라 언덕으로 올라가면 노산대, 망향탑, 금표비 등을 볼 수 있다. 우리 가정은 로아가 너무 더울 것 같아서 올라가지 않고 관음송 근처에서 친구들이 돌아오길 기다렸다.
▶ 정리
8월에 방문하고 작성을 시작했는데 이런저런 바쁜 일에 치여 지금 11월 말이 다 되어서야 글을 마무리하게 되었다. 그 사이에 축복이는 건강히 태어났고, 우리 로아도 무럭무럭 자랐다. 축복이는 이제 이준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
친구들과 청령포를 방문한 후에 나는 영화 '관상'을 다시 봤고,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읽고, 알쓸신잡의 영월 편을 챙겨 보았다. 그냥 단종을 더 알고 싶었다.
나는 왜 단종에 대한 자료를 찾아봤을까? 논문 읽고 연구하고 논문 쓰기에도 바쁜데 그를 알고자 했을까? 왕으로 태어나서 죽음의 길을 가야했던 단종이 그저 불쌍해서였을까? 아니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신의 목표를 달성한 세조에 대한 분노 때문이었을까?
나도 잘 모르겠다. 우리 로아와 이준이가 단종처럼 못된 어른에 의해 희생되는 일이 없어야겠다는 생각뿐이다. 다른 어른들을 탓할 게 아니라, 내가 우리 아이들이 누려야 할 것들을 빼앗아버리는 어른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 아이들은 우리 어른들의 사랑과 관심을 필요로 한다. 나를 포함한 어른들이 많이 하는 거짓말 중에 하나가 "다 너희들을 위한 것이야"가 아닐까 싶다. 밖에서 집에 들어갈 시간도 없이 열심히 일해서 성공하면 나는 성취감을 느끼고 좋을지 몰라도, 아이들은 아빠, 엄마의 빈자리를 크게 느낀다. (열심히 일하는 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이 아니라 가정을 내팽겨치고 일에만 몰두하는 것을 지적하는 것이다.) 아이는 돈으로 키우는 게 아니라 사랑으로 키우는 것이다. 내가 더 잘 되고 싶은 욕심 때문에 우리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지 못하는 불상사가 없도록 마음을 항상 다잡아야겠다.
<참고자료>
[1] 유홍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남한강편", 창비
[2]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1146579&cid=40942&categoryId=33383, 네이버 지식백과, "영월 청령포"
[3]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1079818&cid=40942&categoryId=33383, 네이버 지식백과, "단종"
[4] https://kin.naver.com/qna/detail.nhn?d1id=11&dirId=111001&docId=60507269&qb=64W47IKw6rWw&enc=utf8§ion=kin&rank=4&search_sort=0&spq=0&pid=T/GStwpySD8ssbw4vqKsssssslV-495624&sid=VBIt7FbTzcJ7aZM5K/pBaA%3D%3D, 네이버 지식인, 단종이 노산군이 된 이유
[5]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3584107&cid=47306&categoryId=47306, 네이버 지식백과, "생육신, 사육신의 정신을 물려받다"
'Life > 여행 후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토트넘과 상대하는 GNK 디나모 자그레브란? (2) | 2021.03.11 |
---|---|
[제천여행] 9월의 모산 비행장(BTS 뮤비 촬영지+해바라기+노을) (0) | 2020.09.01 |
천진 양광100(阳光100)에서 꽃 구경중인 아내, 임신 6개월차 (1) | 2019.03.16 |
오대도 나들이~ 어랏 momo's cafe 문 열었네? (0) | 2019.03.07 |
[교훈희의 신혼여행기, 5부] 한적한 물의 마을 - 크로아티아 라스토케 (0) | 2018.08.15 |
3대가 함께한 강릉 여행, 로아야 가언아 사랑해 (4) | 2018.08.06 |
대가족이 함께한 천진 3박 4일 여행, 가족의 소중함 (6) | 2018.01.16 |
중국정부장학금, 천진대 석사 및 박사 신청 방법 (10) | 2018.01.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