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8월 5일에 작성한 독후감이다.
러셀 커크의 <보수의 정신>을 읽던 와중에 나다니엘 호손에 대해서 관심을 갖게 되었다. 알고 보니 <주홍글씨>, <큰 바위 얼굴> 등과 같은 익숙한 책을 쓴 작가였다.
큰 바위 얼굴을 본문으로 한 이 영어 독해책은 저자 호손에 대해 다음과 같이 소개한다.
"매우 엄격한 청교도 집안에서 태어난 호손은... 인간의 죄의식과 내적 문제에 관심을 갖고 죄악, 양심 등의 문제를 탐구하는 데 노력을 기울인 작가로 알려져 있다."
아마 큰 바위 얼굴의 줄거리는 많은 사람이 알고 있을 것이다. 나도 어렸을 때 학교에선가 어디선가 읽었던 기억이 있다. 이 책의 줄거리는 대강 다음과 같다.
어니스트는 바위 언덕에 새겨진 큰 바위 얼굴을 닮은 사람이 태어날 것인데, 그 사람은 매우 훌륭한 인물이 될 것이라는 전설을 어렸을 때 어머니를 통해 듣는다. 그는 이 전설이 반드시 일어날 것으로 믿었다. 그리고 그는 정직하고 근면하게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갔다. 흘러가는 세월 속에서 어니스트는 부자, 장군, 정치가, 시인을 만난다. 모두 다 큰 바위 얼굴 전설의 사람들이 아닐까 그와 사람들에게 기대를 갖게 했던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기다렸던 큰 바위 얼굴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오랜 시간이 흘러 어니스트가 노년이 되었을 때 사람들은 어니스트가 바로 그 큰 바위 얼굴의 주인공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하지만 그는 그것을 인정하지 않고, 그 전설의 사람이 나타나길 기다렸다.
호손은 <큰 바위 얼굴>을 통해 이상적인 인간상을 그렸다. 말과 행동이 일치하고, 현명하고, 정직한 사람. 그리고 무엇보다도 겸손한 사람. 어니스트는 큰 바위 얼굴에서 느낄 수 있는 성품과 인격을 가진 존재가 되었지만, 그는 스스로 여전히 갈 길이 먼 자로 여겼다. 그는 정말 그렇게 생각했다.
이 짧은 책이 주는 메시지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는 겸손이라는 단어가 마음을 울렸다. 우리는 누군가가 자신을 조금만 추켜세워줘도, 내가 엄청 대단한 사람인 것처럼 행세하곤 한다. 아니면 누군가 나를 칭찬할 때, 겉으로 표현은 "아니에요. 과찬이십니다." 대답한다 할지라도 마음 속으로는 '그렇지. 내가 그런 칭찬을 받기에 합당한 사람이지.'라고 우쭐댄다. 하지만 어니스트는 실제로 인격적으로 매우 훌륭한 사람인데도 자신을 전혀 그런 존재로 여기지 않았다. 결코 우쭐거리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의 부족함을 절감했다.
겸손의 반대 위치에 있는 말은 교만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는 참으로 교만하다. 교만하지 않은 사람이 없다. 자신이 교만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바로 가장 교만한 사람이다. 교만으로 인해 우리는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의 태도로 살 때가 많다. 거의 항상 나를 남보다 낫게 여긴다. 나는 합리적이고 양심적이라고 생각하고, 다른 사람들은 무식하고 편파적이고 비도덕적이라고 생각한다. 이러다 보니 서로를 향한 비난, 정죄가 끊이지 않는다.
우리에게는 어니스트가 가진 겸손이 필요하다. 나보다 남을 낫게 여기는 그 태도. 아직 스스로 부족한 존재라는 것을 인정하는 태도.
앞으로 기회가 되는대로 호손의 책을 하나하나 섭렵해야겠다. 다음 차례는 아마도 이 책과 함께 알라딘에서 구입한 <주홍글씨>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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