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글은 2015년 7월에 쓴 독후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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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메시지 성경으로 엄청나게 유명해진 유진 피터슨의 대표작으로 여겨지고 있다. 다윗에 관련된 성경내용들을 우리가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현대적으로 이야기화한 것은 그의 특기인 것 같다. 상상과 추측이 많이 포함되어 있긴 하지만 성경의 흐름을 왜곡한 것으로 느껴지진 않았다. 오히려 좀 더 현실적으로 생각해보고 상상해봐서 성경에 대한 이해를 좀 더 풍성하게 해주는 것 같다. 내가 읽어본 책 중에 진 에드워드의 '이야기 갈라디아서'와 '3호실의 죄수'도 이 책과 비슷하게 독자의 상상력을 극대화시켜 성경을 더 와닿게 만들어주는 책이다. 꼭 한번 읽어볼 만하다.
현세를 사는(earthy): 뜬구름 잡지 않는(down-to-earth), 일상과 관계 있는, 빨래하면서 기도하고 교통 체증 속에서 노래하는.
영적(spiritual): 하나님의 영에 의해 움직이고 활력을 받는, 그러므로 하나님을 향해 살아 있는.
책에 있는 이 두 단어의 정의는 다윗을 삶을 잘 묘사한다. 또 나는 이것이 그리스도인의 진짜 삶이라고 믿는다. 우리는 도무지 낳아지지 않는 듯한 경제 상황 속에서, 정치적으로 이념적으로 갈등이 있고, 전쟁이 끊이지 않는 이 세상에서, 대하기 까다로운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또한 자신의 무능함과 연약함과 한계를 느끼면서 언젠가는 죽을 수 밖에 없는 존재임을 깨달아간다. 이것이 현실이다. 우리는 살아있는 한 이 현실에서 벗어날 수 없다. 스스로 수도사와 같이 어딘가에 들어가서 세상과 동떨어져서 살지 않는 이상.
다윗의 이야기는 이 현실에서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할지 한가닥 실마리를 제공해준다. 나는 성경을 잘 모를 때(지금도 물론 잘 모르지만), 다윗을 흠없는 사람으로 인식했다. 예수님을 제외한다면 가장 훌륭한 인물이라고. 물론 어떤 점에서는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의 삶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실망할 거리가 너무 많이 나타난다. 밧세바 사건만 생각해도 그렇다. 유부녀를 간음하고, 그 죄를 감추기 위해 자신의 충신을 전쟁터에서 일부러 죽게 만드는 그의 연쇄적인 범죄는 '어떻게 다윗이 이럴 수 있지?' 하고 나를 경악시켰다. 그의 죄의 목록을 바리새인적인 관점으로 바라보면 너무나 많다. 다윗은 진짜 한 명의 인간이었다. 나와 같은. 죄와 실수를 밥먹듯이 해온 나와 같은..
여기에서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이 드러난다. 다윗이 잘난 것이 아니었다. 하나님이 은혜를 베풀어 주신 것이다. 하나님이 그를 높여 주셨다. 기쁜 소식, 복음이다. 그는 그렇지만 여전히 죄인이었다. 인생의 많은 경험들을 통해 다윗은 조금씩 조금씩 하나님을 더 알아갔고, 더 성숙한 사람이 되었다. 그의 삶에는 참 특이할 만큼이나 기적이 전혀 일어나지 않았다. 그런 현실 속에서 분투하고 실수하고 하나님 사랑하고 슬퍼하고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맞이하고 실패하기도 하고 전투에서 승리하기도 했다. 나도 다윗이 살았던 동일한 현실에서 살고 있다. 예수님도 내가 살고 있는 현실과 동일한 현실로 들어오셨었다. 나는 다윗처럼 어처구니없는 모습일 때가 많지만, 좀 더 정직하게 말하면 다윗보다 못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사랑하시는 하나님으로 인해서 결국 이 현실에서 그분이 기뻐하시는 삶을 살아내게 될 것이다. 진짜 나의 삶을 살게 될 것이다! 일터에서나, 학교에서나, 집에서나, 교회에서나, 친구들 속에서나 늘 한결같은 모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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