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어느 날에 적은 독후감.
우리 가정의 임신 소식을 듣고 결혼식 날 주례해주신 목사님 가정이 며칠 전에 이 책을 선물해주셨다. 총 9권의 책을 선물해주셨는데, 대부분 양육에 관한 책이다. 이제 내 책장에 새로운 분야의 책들이 꽂혀가면서 결혼과 임신을 더욱더 실감하게 되는 것 같다. 여러 권 중에서 이 책을 먼저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 것은 다름 아닌 제목 때문이다. 영어 제목이 함께 적혀있는데 바로 NurtureShock이다. Culture shock에서 cul을 nur로 바꾸었을 뿐인데, '제목 하나 참 잘 지었네'하며 감탄했다.
이 책은 기존에 우리가 경험적으로 대대로 물려져오고 있는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양육 방법들 중에 몇몇은 잘못되었다는 것을 과학적인 연구들을 통해서 증명해낸다. 그 중 인상깊었던 몇가지만 소개한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아이들에게 칭찬을 많이 해줘야한다는 믿음이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속담에 너무 깊게 감명을 받았는지 우리는 아이들에게 칭찬을 무분별하게 많이해왔다. 칭찬을 통해 자신에 대해 자긍심을 갖게해야한다는 이유 때문이다. 특히 많은 부모가 자신의 자녀들이 영재였으면 하는 바램때문인지는 몰라도 "아이고 우리 아들 똑똑하네", "누구 닮아서 이렇게 똑똑할까?" 등의 지능에 대한 칭찬을 많이한다. 그러나 지능에 대한 칭찬을 많이 듣고 자라온 아이들은 도전의식과 노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았다. 문제를 풀다가 어려운 문제나 나오면 지능에 대한 칭찬을 많이 들어온 아이들의 경우, '이건 내 머리로 풀 수 있는 것이 아니야. 좀 더 똑똑해야지만 이 문제를 풀 수 있어'라고 스스로의 지능에 한계를 둔다. 그러나 노력에 대해 칭찬을 들어온 아이들의 경우, '내가 집중을 하지 않아서 이 문제를 풀지 못했던 것이야. 좀 더 열심히 노력하면 풀 수 있을거야'라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을 가진 아이들이 당연히 성장할 가능성이 훨씬 더 크다. 따라서 우리는 지능이 아닌 노력에 대해서 칭찬을 해줘야한다.
사람의 뇌는 쓰면 쓸수록 좋아진다. 다른 신체 기관들과 달리 나이가 들어도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것은 뇌뿐이다. 성장하는 뇌를 고영성, 신영준의 '완벽한 공부법'이라는 책에서는 '뇌 가소성'이라고 표현한다. 뇌는 쓰면 쓸수록 좋아지기 때문에 자신의 지능에 한계를 두는 것은 더이상 머리를 쓰지 않겠다고 스스로 선언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과외를 하면서 아이들에게 숙제를 내주면, 그 중에 몇몇은 조금이라도 어려운 문제는 손도 대지 않는다. 왜 이 문제들은 안 풀었냐고 물어보면, 대부분 "선생님, 이 문제들은 너무 어려워서 제 머리로는 절대 풀 수 없어요. 좀 더 똑똑한 친구들만 풀 수 있을거에요."라고 답한다. 스스로의 능력에 계속 제한을 두는 것이다. 이 상황이 반복되면 문제가 심각해질 것 같아, 최근에 뇌 가소성에 대해 설명해주었더니 좀 더 끈기있게 문제를 풀려고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머리를 쓰게 하는 훈련을 계속해서 시키는 것이 당장 한 문제 두 문제 더 맞는 것보다 훨씬 중요한 일임을 새삼 깨닫고 있다.
두번째로 중요한 발견은 아이들을 충분히 재워야한다는 것이다. 많은 부모들이 아이들이 너무 많이 잔다고 걱정하는 것 같다. 그러나 사실은 필요보다 덜 자고 있다. "아이들의 두뇌는 21세까지 지속적으로 발달을 거듭해가는데 그중 상당부분이 취침 중에 이루어진다." (p. 55) 아마도 부모들의 욕심때문에 아이들의 취침 시간이 줄어든 것은 아닐까? 좀 더 공부잘하게 만들려고 취침시간을 줄였는데, 결과적으로는 두뇌가 성장하는 것을 방해하고 있던 것이다. 또한 하루 동안 공부한 내용이 잘 정리되기 위해서라도 충분한 숙면은 꼭 필요하다. 잠을 자는 동안 두뇌는 그날 학습한 것들을 무의식 중에 잘 정리해서 효율적으로 저장한다. 학부시절에 시험기간이 오면 밤새 공부하고 시험을 보는 친구들이 있었다. 암튼 그렇게 공부한 것은 단기기억으로 당장 시험은 어떻게든 통과할지 몰라도 제대로 남지 않는다. 아마 일주일만 지나도 거진 다 까먹을 것이다. 그래서 아이들의 등교시간을 늦춰야한다는 것이 학자들의 의견이다.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 생각해보면 8시까지 등교해야했는데, 그때까지 학교를 가려면 6시, 늦어도 7시에는 일어나야갈 수 있곤 했다. 그런데 보충수업 끝나고 집에 들어오면 새벽 1시였으니 많이 자야 6시간이었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아침 0교시는 항상 취침 시간과 같았다. 그렇게 무의미하게 시간을 보내느니 차라리 등교시간을 1시간 늦추라는 것이다. 수업에 임하는 학생들의 태도와 성적이 완전히 눈에 띄게 좋아진다는 것이 실험들을 통해 입증된 사실이다.
내년 5월이면 로아가 태어날텐데, 좋은 부모로 잘 준비되도록 노력해야겠다. 과외를 여러 명 해오면서 느낀 바는 부모의 과한 욕심이 아이들을 상당히 힘들게 만든다는 것이다. 내 자식이 태어나면 또 다르겠지만, 이 아이가 나의 자녀일 뿐만 아니라 하나님께서 나에게 잠시 맡기신 생명임을 기억하고 겸손히 양육할 수 있도록 잘 준비해야 겠다. 기존의 양육 방식을 되돌아보며 새로운 통찰력을 얻고 싶은 부모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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