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0월 26일 토요일 늦은 밤에 작성한 독후감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당대의 베스트셀러는 잘 안 읽는 경향이 있다. 오랜 시간 검증이 되온 고전 또는 스테디셀러, 아니면 그냥 개인적으로 읽고 싶었던 책을 손에 집어드는 편이다. 그러나 예외적으로 이 책은 친한 후배가 강력 추천해서 구입하게 되었다. 참고문헌 목록을 제외하고도 531 페이지나 되는 꽤 두꺼운 책, 그러나 그 두꺼움이 충분히 용납되는 책이다. 허투로 두껍지 않다. 간혹 '자원 낭비, 환경 파괴'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책들도 있는데, 이 책은 나무들의 희생을 의미있게 만들었다.
조던 피터슨은 어떻게 살아야 좀 더 의미있는 세상을 살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철학적, 종교적, 인문학적, 심리학적, 과학적, 역사적 지혜를 총망라해서 자신의 주장을 펼친다. 우선 저자는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고통스러운 곳이라고 말한다. 이것이 우리가 처해있는 현실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고통스러운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가야할 것인가? 그저 허무주의에 빠져 무의미하게 하루하루를 비참하게 보낼 것인가? 아니면 이 세상을 좀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에 최선을 다하며 용기있게 살아갈 것인가? 저자는 이런 질문을 계속해서 독자에게 던진다.
누군가가 가지고 있는 사상과 생각을 몇 가지 단어로 정리한다는 것은 불손한 일에 가깝지만, 감히 정리해보았다. 저자는 대체적으로 이런 것들을 싫어한다. 허무주의, 무목적, 패배주의, 전체주의, 상대주의, 페미니즘, 과잉보호, 유물론, 맹목적인 이데올로기, 사회주의, 공산주의, 냉소주의, 이상주의, 편의주의, 게으름 등. 다음과 같은 구절들이 이를 뒷받침한다.
"목표가 없으면 우리는 항해할 수 없다. 이 땅에 사는 동안 우리는 끝없이 항해해야 한다." (144 page)
"위기를 맞아 패배주의에 빠지기 전에 '인생은 잘못이 없다. 문제는 나한테 있다'라고 생각해 보면 어떨까? 생각을 바꾸면 적어도 여러 선택지가 생긴다." (154 page)
"모든 문제의 원인이 부패한 사회에 있다고 가정하면, 개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회를 개혁해야 한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그런데 이것은 정말 큰 문제로 이어진다. 실제로 기존의 전통에 적응하지 못하는 소수를 포용해야 한다며 안정된 전통을 해체하려는 시도가 끊이지 않는다. 이런 식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사회를 개혁한다고 개개인의 골칫거리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변화가 사회의 안정을 헤쳐 더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180 page)
"우리가 편의주의를 버리고 하나님의 말씀을 양식으로 삼기로 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하나님은 한 사람 한 사람이 마음을 다해 일하고 희생하고 공유할 것을 요구한다." (266 page)
"귀족 계급과 부패한 종교적 믿음을 대체하겠다고 나온 공산주의와 파시즘이 우리 사회를 더욱 고통스러운 지옥으로 만든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284 page)
"전체주의자는 '현재의 꿈이 잘못된 것이면 어떻게 되는가?'라는 의문을 품지 않는다. 전체주의자는 자신의 꿈을 절대적인 것으로 여긴다. 따라서 그 꿈이 그에게 신이 되고 최고의 가치가 된다." (323 page)
"포스트모더니즘 철학에는 허무주의적이고 해체적인 속성이 있다. 포스트모더니즘은 범주화라는 행위 자체를 의심한다. 오로지 권력 관계만으로 현상을 이해하려고 한다. 다른 기준으로 사물을 구분할 수 있다는 생각을 부정한다." (432 page)
"상대주의 영향으로 허무주의와 자포자기에 빠진 사람도 늘었다. 그 반작용으로 모든 것에 대한 답을 알고 있다고 주장하는 맹목적인 이데올로그들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527 page)
왜냐하면 이러한 것들은 인생의 필연적인 고통과 아픔을 결코 줄일 수 없고, 도리어 더 키우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가 한 인격체로써 책임있는 인생을 살아가지 못하게 한다.
반면 저자는 이러한 단어들을 좋아한다. "의미, 노력, 성장, 정직, 성실, 직면, 용기, 책임, 자기성찰, 신뢰 등." 어쩌면 너무나 식상하고 진부한 단어들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단어들이 우리 삶에 주류가 될 때 우리는 의미있는 인생을 살아갈 수 있다.
피터슨은 자신을 포함한 우리가 바르게 살아갈 것을 당부한다. 바른 길을 걸어갈 것을 기대한다. 사실 우리는 무엇이 바른 길인지, 어떤 생각이 바람직한지 알고 있다. '바른 길, 옳은 길이 도대체 어디있냐? 이 길도 옳고 저 길도 옳아! 단지 우리는 다를 뿐이야.'이라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우리의 양심에 잠잠히 귀를 기울여보자. 그러면 좀 더 나은 가치체계가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하게 될 것이다. 성실이 게으름보다 낫고, 의미가 허무보다 낫고, 성장이 후퇴보다 낫고, 정직이 거짓보다 낫고, 용기가 비겁함보다 낫지 않은가? 다만 그 길이 쉽지 않기에, 편한 길을 찾다보니 바른 가치관을 부정하고 이런저런 핑계로 타협하는 것 아닌가?
"좁은 문으로 들어가라 멸망으로 인도하는 문은 크고 그 길이 넓어 그리로 들어가는 자가 많고 생명으로 인도하는 문은 좁고 길이 협착하여 찾는 자가 적음이라" (마태복음 7:13, 14)
우리 안에 스믈스믈 피어오르는 허무주의의 싹을 잘라버리자. 내게 주어진 삶을 소중히 여기며, 피할 수 없는 어려움들에 용감하게 맞서 의미있는 삶을 만들어가자. 고통은 피하려고 하면 할수록 되려 더 커진다. 하지만 고통에 맞서 싸우고 극복해나갈 때 그 고통은 작아지고 우리를 연단시켜나가는 도구가 된다. 그래서 깨달으신 분들은 고통이 축복이라고까지 말한다. 행복을 추구하는 인생은 고통을 나쁜 것으로 여기고 피하려고 한다. 나에게 주어진 십자가를 지려하지 않는다. 하지만 의미를 추구하는 인생에서 고통은 나름의 역할과 의미를 갖는다. 나는 행복을 추구하는가? 의미를 추구하는가? 나는 의미 추구가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의미를 추구할 때 진정한 행복이 뒤따라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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