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0월 31일 늦은 밤에 작성한 독후감입니다.
나는 오늘도 걸었고, 지루한 회의에 참석했고, 전동오토바이를 탔고, 연구를 했고, 코딩을 했고, 펜으로 메모를 했고, 수학을 가르쳤고, 커피를 마셨고, 젓가락질을 했다. 나의 일상을 이루는 조각들이다. 만약 이 조각들을 하나씩 잃게 되는 상황이 온다면 어떨까?
<1리터의 눈물>의 저자인 키토 아야가 바로 그런 상황을 겪게 되었다. 15살부터 불치병인 '척수소뇌변성증'을 앓게 되면서 평범하고도 일상적인 행동들을 하나씩 하나씩 할 수 없게 되었다. 뛸 수 없게 되었고, 걸을 수 없게 되었고, 학교에 다닐 수 없게 되었고, 일기를 쓸 수 없게 되었고, 누워있을 수 밖에 없게 되었고, 그렇게 하나하나 못하는 것들이 많아졌다. 25살에 짧은 생을 마감할 때까지 육체는 점점 쇠약해져갔지만, 그녀의 정신은 온전했다. 그것이 그녀를 참으로 힘들게 했다. 아예 사고조차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 그러한 육체적 변화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다면 차라리 나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그 모든 과정을 직시할 수 밖에 없었다. 어제 할 수 있던 행동, 동작을 오늘은 할 수 없게 되는 그 비참함. 아 상상만 해도 슬프다.
그런 상황에서도 '할 수 있는 것들'에 감사하며 집중하며 또 인생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건강해지기 위해 노력한 키토 아야의 삶이 나를 매섭게 채찍질한다. 나는 오늘도 얼마나 많은 것을 누릴 수 있었던가? 그럼에도 얼마나 많이 불평했고, 또한 무감각했던가? 주여, 제게 주신 복들에 무감각했고 감사하지 않았던 저를 용서해주소서.
나도 언젠가는 지금 누리고 있는 건강과 복들을 하나씩 내려놓아야 할 날이 올 것이다. 갑자기 내려놓게 되는 상황이 올 수도 있고, 나이가 들어 쇠약해져서 하나씩 내려놓게 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언제 그 날이 올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오직 하나님만 아신다. 그때까지 감사함으로 잘 누리자. 나에게 주신 것들에,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에 감사하자. 집중하자. 나에게 이런 것 저런 것 왜 안 주시냐고 투정부리기 전에, 이미 주신 많은 복들을 기억하자.
그리고 더 나아가서 하늘 나라에 소망을 두고 살자. 이 땅에 있는 것은 결코 영원하지 않다. 지금 내게 있는 건강, 능력, 생명 모두 끝이 있다. 조금 일찍 반납하느냐 조금 늦게 반납하느냐의 차이다. 하지만 우리의 영혼은 불멸한다. 하나님이 계시는 천국에서 영원히 살든지, 하나님이 없는 지옥에서 영원히 살든지 둘 중 하나다. 이 땅에서 힘겹고 아픈 삶을 살았더라도 천국에 간다면, 우리의 슬픔은 기쁨으로 변하게 될 것이다.
"내가 들으니 보좌에서 큰 음성이 나서 이르되 보라 하나님의 장막이 사람들과 함께 있으매 하나님이 그들과 함께 계시리니 그들은 하나님의 백성이 되고 하나님은 친히 그들과 함께 계셔서 모든 눈물을 그 눈에서 닦아 주시니 다시는 사망이 없고 애통하는 것이나 곡하는 것이나 아픈 것이 다시 있지 아니하리니 처음 것들이 다 지나갔음이러라" (요한계시록 21:3-4)
마음에 허무주의가 들어서고 있다면, 우울감이 찾아오고 있다면 이 책을 한 번 읽어보길 권한다. 내게 주어진 삶과 건강이 결코 평범하지 않음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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